동양화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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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동양화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그림을 읽다:한국화] ⑦사혁의 육법론(六法論)

기사입력2016-07-22 18:40

오민수 객원 기자 (dat112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이란 무엇일까?’ 현대미술을 논하는 많은 이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각기 달라 오히려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힘든 지경에 빠진다. 이는 현대미술이 지향할 바를 작가들이 다양한 실험과 작품 등을 통해서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개지, 여사잠도(女史箴圖) 부분, 동진시대, 비단에 채색, 24.8×348.2㎝, 당 모사본, 런던 대영박물관 소장

감상자·평론가의 관점에 따라 그 작품의 좋고 나쁨의 차이는 생겨나겠지만 때로 우리는 기준을 만들고 같은 답을 찾아 가고자 하기도 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과거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주관과 객관의 조화와 통일을 추구하고, 재현과 표현, 모방과 서정적 통일을 강조하며 감성과 이성의 상호결합을 심미원칙으로 조화미를 숭상하였다.

이는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 형체와 정신, 뜻과 법칙의 통일 관계를 보는 것이며, 작품에 감화력과 생동감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밖에 감상자는 작품의 장법, 구도의 배치, 선의 운용 및 먹과 색의 운용의 변화 등 각 방면에 주의하며 작품을 감상하였다.

이런 요소들은 사혁의 육법 내용들로 동양의 고대회화(古代繪畫)를 총정리하여 과학적 논법으로 화품론(畵品論)을 설정함으로써 후대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현재도 그의 방법론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응물상형(應物象形), 수류부채(隨類賦彩), 경영위치(經營位置), 전이모사(轉移模寫)다. 현대 회화의 다양한 주장에 있어서 시대적 감각을 떠나 회화의 기본 이론으로서 사혁의 육법론(六法論)은 매우 설득력 있는 화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육법 중 제일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명제는 회화 창작에 있어서 주제가 명확하고 형상이 생동하며 표현이 진실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동양예술에 있어서 철학적 바탕이 되는 사상이며 동양미학의 규범이 되었다.

‘골법용필(骨法用筆)’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골격을 먼저 파악하여 그것을 표현하는데 필화(筆畵)를 사용하여야 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회화 창작에서 형상을 묘사하는데 있어서의 필치와 선조(線條)를 의미한다.

고개지의 ‘여사잠도(女史箴圖)’

중국 동진(東晋)의 화가 고개지(顧愷之, 꾸 카이즈, 344~406)가 그렸다는 인물화. 서진(西晋)의 장화(張華, 즈앙 화, 232~300)가 지은 ‘여사잠’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사잠은 혜제(惠帝)의 황후 가씨(賈氏)의 방종을 걱정한 장화가 여사(후궁에서 황후의 범절을 맡는 여자. 양가 집안의 부녀로서 글과 교양을 갖추었던 여인이 뽑혔다)의 직책을 훈계하고, 황후 일족을 풍자할 의도로 지었다고 한다.

‘여사잠도’는 황실 규방 여인들의 품행 문제를 다룬 일종의 권계화(勸戒畵)이다. 이 그림에서 고개지가 사용했던 선(線)의 기법을 춘잠토사식(春蠶吐絲式) 또는 유사묘법(遊絲描法)이라 한다. 이는 필선이 명주실처럼 가늘고 섬세하면서도 생동감이 있어 붙여진 명칭이다. 농담(濃淡)의 색채를 희미한 점철로 처리하는 등 특이한 도칠(塗漆)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고개지의 ‘여사잠도’(런던 대영박물관)가 가장 유명하고, 그 밖에 이보다 후대에 제작된 모사본(북경 고궁박물원)이 있다. 모두가 육조(六朝)시대의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응물상형(應物象形)’은 물체의 모양새를 닮게 그리는 사실적 의사(意思)를 말한다. 이는 회화 창작에 있어서 제재 선택의 적합함, 대상의 관찰과 묘사의 엄격함, 세밀함, 정확함을 의미한다. 사람을 그렸으면 그 사람의 속성이나 특성이 나타나야 하며 사람이 말 같아서는 안 되고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류부채(隨類賦彩)’는 쉽게 말해서 사물에 대한 색채표현(色彩表現)이다. 이것은 사물 혹은 인물에는 그에 합당한 색채가 있다는 말로, 사물의 천연의 색의 요소를 잘 파악함으로써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화폭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경영위치(經營位置)’는 화면(畵面)의 포국(布局)과 구도(構圖)를 말하는데,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주체적인 것과 그 위치가 정해져야 하고 또 다른 모든 사물들이 잘 배치되어야 한다. 만약 화면의 포국(布局)과 구도가 불합리하다면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조건이 모두 좋았다 할지라도 전체적인 미(美)를 상실하게 된다.

‘전이모사(轉移模寫)’는 선대의 작품을 모사해 봄으로써 유산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우수한 전통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비평하였으며, 화가들이 작품을 해 나아가는데 있어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육법(六法) 중 기운생동이 으뜸

이러한 사혁의 육법(六法)은 이후 평가와 비평의 기준이 되었으며 동양회화의 형식법칙(型式法則)상 가장 중요한 강령이 되었다. 결국 사혁의 시대에는 화육법(畵六法)의 여섯 가지가 각자 균등한 무게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출발하지만 후대로 올수록 기운생동(氣韻生動)이 핵심적 의미로 떠오름에 따라 기운생동(氣韻生動)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붓을 골법에 맞추어 써야 하고, 둘째로 포치(布置)와 포백(布白)이 절묘하게 운용되어져야 하며, 셋째로 대상의 특성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하고, 넷째로 색채로 한 대상의 특성을 제대로 드러내야 하며, 다섯째로 정신과 방법을 체득한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전이모사(轉移模寫)’정신을 받들어 화론과 회화사가 진행되어져 갔던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생활권이 좁았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서는 개인이 거주하는 이외의 장소에 대한 정보 습득이 빨라져 문화의 경계선이 허물어져 가는 것이 현실이다. 공간을 넘어 시간성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현대미술의 성격이 전통회화와 비교할 때 그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림에 있어 눈에 보이는 형(形)에 치우치지 말고 그 내면의 실(實)을 찾아 전통과 현대가 상통 할 수 있는 조형 원리를 구축한다면 21세기의 한국미술의 깊이감은 더 할 수 있을 것이고 감상의 즐거움 역시 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