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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동양회화, 작가의 심상을 담다
[그림을 읽다:한국화] ⑧조선말기 문인화
- 기사입력2016-08-24 12:30
오민수 객원 기자 (dat1127@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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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 지본수묵, 41.5x24.5cm, 국립중앙박물관동양회화를 분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남종화와 북종화의 구분법이 있는데, 이 두 화파는 정신성에 비유하여 구분되었다. 남종화는 사물을 그리는 데 있어 사실적 표현이 아닌 사물의 뜻(意)을 작가의 심상(心想)에 담아 간략히 그리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북종화는 형사적(形似的) 표현에서 사물의 실체(實體)를 그대로 그리는 사실화로서 채색화(彩色畵)가 주류를 이루었다.
전통의 회화방식에서 그림을 그리는 목적은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정신수양을 위한 것에 두는 경향이 두드러져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림보다 그 의미를 부각시켜 표현하는 방식이 중요시 되었다. 그 중 하나로 문인화(文人畵)를 들 수 있는데, 문인화는 시서화(詩書畵)로 표현되어져 작가의 뜻과 마음을 화폭에 담았다.
전통사회의 지식인들은 입신양명과 지식인으로서의 교양을 쌓기 위해 문학적 소양과 서사능력을 갖추고자 하였으며 때론, 이런 문학적 소양과 그림이 만나 격조 높은 문화적 정신세계를 표출했다.
<귀거래도> 전기, 1853, 수묵담채, 109.0×34.0cm, 호암미술관 소장.시의 내용을 화폭에 담기도 하고, 그림을 통하여 시를 써 내려가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시와 그림을 이어주는 것이 서(書)이다. 작가의 문학과 철학의 세계를 담기 위해서 시·서·화 세요소의 결합이 이루어졌고,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표현되어야 그 작품의 품격을 높게 평가했다. 이는 동양회화에서 작가의 심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특징이 되었다.
조선말기 문인화의 진수 <귀거래도>와 <계산포무도>
조선시대 화가인 전기(田琦, 1825~1854)의 작품을 통해 동양회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은 중국 동진시대의 시인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귀거래사>를 주제로 한 전기의 <귀거래도>이다.
<귀거래사>는 도연명이 관직생활을 그만두고 향리 직분의 은자로서 생활하면서 전원에 마음을 돌리고, 자연과 일체되는 진정한 인생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시이다.
“귀거래혜(歸去來兮) 전원장무호부귀(田園將蕪胡不歸) -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 하는데 아니 돌아갈소냐”의 명구로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영탄적 어조가 강하나, 그려진 자연은 선명하고 청아한 풍이 넘쳐 있다. 이 시조를 표현한 전기의 <귀거래도>는 화면 아래쪽 강에 새벽빛이 희미한 가운데 배를 타고 돌아오는 선비를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담묵(淡墨)으로 처리하여 아련한 감성을 담았고, 집안 탁자에만 붉은 색을 사용하여 속세를 버리고 소요(逍遙)하는 가운데에서도 공부에 열중하는 선비의 삶을 강조하고 있다. 정갈하게 처리한 화면은 담백하고 문기(文氣) 있는 조선말기 문인화의 진수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대를 넘어 시와 그림이 만나 속세를 떠나는 선비의 마음에 와 닿는 듯하다.
두 번째 작품 계산포무도(溪山苞茂圖)는 전기가 24살에 그린 작품으로 절절한 고독과 적요함이 담겨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시내와 산, 무성한 소나무와 대나무를 표현한 이 그림은 거침없이 빠르고 갈필의 흔적으로 인해 쓸쓸함이 더 해 간다. 그 감정이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작가(전기)의 심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에 마음을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선조들은 시(時)를 통해 화(畵)의 기운을 받기도 하고, 화(畵)의 기운으로 시(時)의 은유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융·복합문화를 말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선조들의 시·서·화는 하나의 방법으로 전달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미래의 예술이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담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귀거래사(歸去來辭)-도연명(陶淵明)歸去來兮(귀거래혜)여 : 돌아가리라!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부귀)오 :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니 어떻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이어늘 : 이미 마음을 형체의 부림으로 삼았으니
奚惆愴而獨悲(해추창이독비)오 : 어찌 실심하여 홀로 슬퍼하고만 있으리요?
悟己住不諫(오기주부간)이오 : 지난 일은 바로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라 : 오는 일은 따를 수 있음을 알겠도다.
實迷塗其未遠(실미도기미원)하니 : 참으로 길을 잃었으나 그래도 멀지 않아서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로다 : 오늘이 옳고 어제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도다.
舟搖搖以輕颺(주요요이경양)하고 :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떠오르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로다 :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옷깃을 흩날리도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하니 :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니
恨晨光之憙微(한신광지희미)로다 : 새벽빛이 희미함을 한스러워하도다.
乃膽衡宇(내담형우)하니 : 이윽고 내 집이 눈에 들어와
載欣載奔(재흔재분)이라 : 기뻐서 뛰어가노니,
僮僕歡迎(동복환영)하고 : 심부름하는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이라 : 어린 것은 문 앞에서 기다리는도다.
三徑就荒(삼경취황)이나 : 세 가닥 뜰안 길은 황폐해져 가나
松菊猶存(송국유존)이라 : 소나무와 국화는 오히려 예와 같구나.
携幼入室(휴유입실)하니 :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들어가니
有酒盈罇(유주영준)이라 : 술이 있어 항아리에 가득하여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하고 : 술병과 잔을 가져와 혼자서 잔질하다가
眄庭柯以成趣(면정가이성취)하고 : 매일같이 정원을 거니는 것으로 취미를 삼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이라 : 문이야 달았으되 언제나 잠겨 있다.
策扶老以流憩(책부로이류게)라가 : 지팡이를 짚고서 거닐다가 쉬다가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하니 : 가끔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하고 : 구름은 무심히 산등성이에서 피어 오르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이라 : 새는 날기에 지치면 돌아올 줄을 아는구나.
景翳翳以將入(경예예이장입)하니 : 햇빛은 가물가물 막 어두워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이라 : 외로이 선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대도다.
歸去來兮(귀거래혜)여 : 돌아가리라!
請息交以絶游(청식교이절유)로다 : 사귐을 그만두고 교유(交游)를 끊어야지.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어늘 : 세상이 나와 서로 맞지 않으니
復駕言兮焉求(부가언혜언구)리오 : 다시금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리요?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하고 : 친척 간의 정담을 기뻐하고
樂琴書以消憂(악금서이소우)라 :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녹이노라.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하니 :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于西疇(장유사우서주)로다 : 이제부터 서쪽 밭에서 일을 하게 되었구나.
或命巾車(혹명건거)하고 : 혹은 휘장을 친 수레를 타고,
或棹孤舟(혹도고주)하여 : 때로는 홀로 떠 있는 배의 노를 저어서,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이오 : 깊은 산 골짜기의 시내를 찾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로다 : 험한 산길의 언덕을 넘으니,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하고 : 나무는 즐거운 듯 꽃이 피려 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라 : 샘물은 졸졸졸 비로소 흘러 내린다.
羨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하니 : 만물이 제철 맞음을 부러워하면서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로다 : 나의 삶이 끝나감을 느끼는도다.
已矣乎(이의호)인저 : 그만두어라.
寓形宇內復機時(우형우내부기시)리오 : 몸뚱이를 우주 안에 붙여 둠이 다시 몇 때나 되겠는가.
曷不委心任去留(갈부위심임거류)하고 : 어찌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 두고 머무는 대로 맡기지 않고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오 : 어찌하여 서둘러 어디로 가고자 한단 말인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이오 : 부귀는 내가 원하는 바 아니며
帝鄕不可期(제향부가기)라 : 황제 계신 서울이야 기약할 수 없도다.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하고 : 좋은 시절 생각하며 외로이 걷기도 하고,
或稙杖而耘耔(혹직장이운자)라 : 혹은 지팡이를 세우고서 김매고 북돋기도 하노라.
登東皐而舒嘯(등동고이서소)하고 :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불고,
臨淸流而賊詩(임청류이적시)라 : 맑은 물에 다다라서 시도 짓노라.
聊乘化以歸盡(료승화이귀진)하니 : 애오라지 자연의 조화에 따라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락부천명복해의)아 : 무릇 천명을 즐기되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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