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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흔해빠진’ 풍경사진의 아이러니
대한항공과 송사 벌인 공근혜갤러리 사진전 열어
- 기사입력2015-02-03 12: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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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 作 Barge Passin, Paris FRANCE, 1988 ⓒ Michael Kenna‘흔해빠진 풍경사진’이라니, 사진의 대가 두 명을 초대한 전시명 치고는 너무 발칙하다.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인즉슨, “풍경 사진은 누가 촬영하더라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어 폭넓은 보호가 어렵다”는 법원 판결을 비꼰 것이다.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가 오는 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한국작가 배병우와 영국 작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흔해빠진 풍경사진의 두 거장’展이다. 마이클 케나의 사진 저작권을 두고 대한항공과 소송전을 벌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패한 공근혜갤러리가 작심하고 지은 이름이다.전말은 이랬다. 2011년 대한항공은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과 유사한 사진을 TV 광고 사진으로 썼다. 표절 의혹을 받는 사진은 대한항공이 자체 실시한 여행사진공모전에서 입선을 수상한 아마추어 사진가의 작품이었다.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 측은 “대한항공이 마이클 케나의 모방작임을 뻔히 알면서도 이 사진으로 광고효과를 노렸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시각예술계에서의 표절이 논란이 된 적은 많지만 법원에 간 것은 드문 사례였다.
(왼쪽) 마이클 케나의 ‘솔섬1’과 (오른쪽) 모방작이라는 의혹을 받은 대한항공 여행사진공모전 입선작 ‘아침을 기다리며’ <사진=공근혜갤러리, 대한항공>법원의 판결은 이랬다.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피사체가 자연물이고 구도가 제한돼 있다. 원고(마이클 케나)의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없거나 매우 미약하다”고 판시했다. 예술계에서는 법원이 사실상 풍경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이다. 공근혜갤러리 측은 “배병우와 마이클 케나에게는 작가와 더불어 마스터(Master)라는 호칭이 붙는다. 얼마 전 한국 법원이 판결을 내린 그 흔해빠진 ‘풍경사진’에 인생을 걸어온 거장들”이라며 “이들의 사진에 수많은 사람이 존경을 표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흔해빠진 풍경사진’展에서는 배병우 작가의 경주 남산 소나무 사진 3점과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풍경사진 32점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품이 ‘흔해빠진’ 사진일지 예술혼이 담긴 작품일지는 관객들이 판단할 몫이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