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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300만원짜리 작품, 3만원 내고 빌려 내 방서 감상
미술작가와 기업후원 연결 ‘서울예술재단’ 표미선 이사장
- 기사입력2015-04-21 11:08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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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원짜리 명품가방은 사도 같은 돈을 주고 미술작품은 못 삽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녜요. 미술작품을 사본 경험이 없어서죠”
서울예술재단 표미선 이사장. ©중기이코노미서울예술재단 표미선 이사장은 한국 미술계에 콜렉터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난 34년간 화랑을 운영해온 표 이사장은 최근 10억원을 출연해 예술재단을 설립했다. 창작자인 미술작가들과 후원자(기업, 개인)들을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재단은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후원금은 한 달에 1만원. 서울예술재단의 후원자가 되면 재단 주최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술작품도 대여 받을 수 있다. 재단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대여 사업이다. 후원자가 작품 값의 1~3%만 내면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작품을 빌릴 수 있는 구조다. 가령 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300만원짜리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3만원을 내고 빌려 와 내 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작품 수집을 하지 않던 사람도 빌려가서 방에 놓고 보다 보면 좋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판화의 경우 수십만원 대로 얼마든지 좋은 작품들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수집을 시작하게 되는 겁니다”
서울예술재단의 ‘포트폴리오 박람회’ 전시 현장. ©중기이코노미표미선 이사장은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주의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액이라도 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탓이다. 표 이사장은 “몇 천원을 들여 제작한 작품 팸플릿도 공짜로 주면 버리고 가는 사람이 허다하지만 단돈 500원이라도 제값을 주고 산 작품 엽서는 소중하게 보관한다”고 말한다.서울예술재단의 롤모델은 예술가 후원으로 르네상스를 이끈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다. 다만 메디치가 특정 가문을 중심으로 예술가를 후원했다면 재단은 누구라도 작은 돈만 보태면 후원자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표 이사장은 설명했다.벌써 기업 쪽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21일부터 서울예술재단이 진행하는 신진작가 전시회 최우수상 상금을 침구업체인 이브자리에서 내 놓겠다고 나섰다. 상금은 평면·입체 부문에서 한 명당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이다. 이브자리는 최우수상 수상 작가에게 이 회사가 운영하는 이브갤러리에서 전시 기회도 주기로 했다.기업 후원자로 가입하면 미술품을 재단으로부터 대여 받아 사옥에 걸어놓을 수도 있다. 기업 후원자가 되는데 최소 금액 제한은 없다. 각 기업에서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정하면 된다. 서울예술재단은 기획재정부에 지정기부금 단체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이 완료되면 재단에 후원한 기업들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서울예술재단의 첫 전시 ‘포트폴리오 박람회’는 2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재단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성곡미술관 바로 옆에 비어 있던 주택을 개조해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신진작가 2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예술재단 홈페이지(www.seoulartfoundation.com)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예술재단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다. 성곡미술관 바로 옆 건물이다. ©중기이코노미<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