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뚱뚱하거나 혹은 길쭉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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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초상화, 뚱뚱하거나 혹은 길쭉하거나 예술의전당서 모딜리아니·보테로 작품 전시

기사입력2015-06-25 16:54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모딜리아니,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 1917년작. <사진=한국일보문화사업단> ⓒ오사카시립근대박물관, 일본

초상화는 똑같이 그리는 작가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작가들이 환영받는다. 실제 모습과는 다르지만 작가만의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나서다. 왜곡된 인물 묘사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두 거장의 그림이 나란히 한국에 온다.

첫 번째 주인공은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 모딜리아니(1884~1920)다. 모딜리아니는 인물의 얼굴을 길쭉하게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얼굴을 길다랗게 그린다. 그림 속 인물들 중 일부는 눈에 흰자와 검은자의 구분이 없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다.

모딜리아니는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로 꼽힌다. 그는 35세의 짧은 생을 지내는 동안 줄곧 인물화만을 그렸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기 위해서였다.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막을 올리는 전시에는 그의 진품 70점이 걸린다. 이번 전시를 위해 주최 측은 전 세계 40개 미술관과 개인소장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10월4일까지다.

괴팍한 초상화의 두 번째 주인공은 콜롬비아 출신의 미술가 페르난도 보테로다. 그의 캔버스에 담긴 인물들은 하나같이 뚱뚱한 것이 특징이다. “왜 뚱뚱한 사람만 그리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리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현실을 미술로 옮기는 과정에서 양감을 확대해 그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이 전반적으로 침울한 느낌을 준다면 보테로의 그림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차이다.

그의 작품이 대규모로 한국에 오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0만명이 전시회에 다녀가며 한국에도 보테로의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보테로의 회화 90점이 소개된다.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과 화려한 색채, 남미의 정서를 살린 작품들이 걸린다. 전시는 오는 7월10일부터 10월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