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마다 中企에 단비 ‘신용보증’은 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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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위기때마다 中企에 단비 ‘신용보증’은 혈세 외환·금융위기 메르스…경기침체기 구제 역할 “신보 운영 투명해야”

기사입력2016-05-13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신용보증기금이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중소기업금융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열었다. ©중기이코노미

“신용보증 기업의 고용창출이 신용보증제도의 성과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설비투자나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거죠”

신용보증기금의 한 직원이 지난 12일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각국의 신용보증 전문가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신용보증의 성과로 거론되는 중소기업 금리인하, 고용창출, 고용유지 효과가 과연 신용보증만의 공으로 볼 수 있느냐는 외부 지적에 대한 자문(自問)이기도 했다.

◇신보, 불경기 때마다 中企 보증 확대=신보 의뢰로 최근 신용보증의 공공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서울여대 경제학과 노용환 교수는 이 제도가 불경기에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했다. 노 교수는 “경기침체기에 민간은행은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용해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 위주로 여신이 이뤄진다”며 “이런 때 신용보증은 정책금융제도 중 하나로 중소기업들에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보는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신용보증제도로 기업들을 구제해 왔다. 신보는 1980년대 석유파동,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을 늘렸다.

신용보증은 정부 재정정책이나 한국은행의 유동성지원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노 교수는 “신용보증이 없었다면 중소기업이 폐업하고, 근로자들이 실직할 수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안전망 역할도 한다. 신용보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훨씬 생존율이 높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민간금융에서는 신용이 좋지 않은 기업에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금리가 높을수록 미상환 위험도 올라간다. 불경기 때 민간금융은 여신 공급량을 줄이지, 금리를 올려가며 무리해서 대출해주지 않는다”며 “현재 신보가 수행 중인 공공의 역할은 민간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증잔액 GDP 대비 5%…韓日 닮은꼴=한국과 일본은 신용보증제도가 활발히 운영되는 국가다. 경제규모 대비 신용보증 잔액 비중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일본금융공사 모토히데 하시모토 이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GDP 대비 신용보증 잔액은 5.68%, 한국은 5.1%다. 2014년 기준 자료다. 미국과 유럽은 이보다 한참 낮다. 유럽 내에서도 신용보증이 발달한 축에 속하는 이탈리아도 신용보증 잔액 비율은 2.08%에 머무른다. 프랑스는 0.81%, 미국은 0.39%, 독일은 0.2%로 1%에도 못 미친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위기 때마다 신용보증기금이 기업들을 구제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은행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등 위기 때마다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

특별보증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한 자료도 있다. 하시모토 이사에 따르면, 1998~1999년 일본은 잇따른 은행 파산으로 수렁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실행, 기업에 대한 보증 승인율을 대폭 올렸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특별보증 프로그램은 9649개 기업의 부도를 막고 9만5000개의 일자리를 보전했다. 신용보증제도가 아니었다면 대규모 폐업과 실업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효과 측정 신중해야”…기금 운영 투명성 중요=신용보증제도의 효과 측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고용창출, 폐업방지 등의 결과물이 신용보증만의 효과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소기업청 쥬세페 그래미냐 수석연구원은 “소수의 편향된 자료로 보고서를 만들어선 안된다. 신용보증제도를 통해 일자리 1만개가 창출됐다는 주장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신용보증제도가 실행되지 않았다면 어떤 효과가 있었을지, 이 재원이 다른 기업에 돌아갔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신용보증기금이 예산을 얼마 써서 일자리를 몇 개 창출했다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신용보증제도의 효과 측정은 외부에서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미냐 연구원은 “효과를 측정할 때는 (자체적인 조사가 아니라) 제3의 독립적인 기관에서, 제3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엄격하게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재원은 정부와 은행 두 축이다. 신용보증제도가 직접적인 재정지출은 아니라지만, 결국 재원의 상당 부분은 세금에서 나온다. 혈세로 기업을 보증해준다는 의미다.

은행위기 때 보증 승인율을 높여 기업들을 구제했던 일본 정부는 적자에 시달렸다. 하시모토 이사에 따르면 일본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1998~2000년 급격히 상승했다. 안 그래도 적자였던 일본 신용보증기금의 적자폭은 2000년 이후 더욱 커졌다. 하시모토 이사는 “이같은 비용은 신용보증제도의 문제”라며 “정책비용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한편,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제도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포르투갈 국영보증기관 SPGM의 호세 피게레도 사장은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쓴 만큼의 효과가 나오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신용보증제도에 대한 납세자들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특히 GDP 대비 보증금액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투명하게 신용보증제도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