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정체성 모호…건설안전공단 신설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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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역할·정체성 모호…건설안전공단 신설 난항 “건설 재해율 높다” vs “시설안전공단·안전보건공단과 중복”

기사입력2015-07-06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건설현장 재해를 줄이기 위한 건설안전공단 신설 법안이 발의됐으나 곳곳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설립될 공단의 역할이 산업안전보건공단, 시설안전공단과 중복되는 등 그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초 건설안전공단을 설립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단이 건설안전에 관한 교육, 홍보, 평가, 조사, 연구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설립 배경은 건설 재해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이코노미

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3년 발표한 산업재해현황에 따르면 제조업의 재해율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건설업은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재해 천인율(1000명 당 재해율)은 2009년 10.4%였던 것이 2013년 7.8%로 떨어졌다. 반면 건설업은 6.6%였던 것이 9.2%까지 올랐다.

법안에 따르면 건설안전공단은 신설이 아닌 대체설립이다. 기존에 있는 건설관리공사의 인력을 그대로 이어 받아 건설안전공단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새 기관을 만들 경우 신규 조직체계 수립, 숙련 기술자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건설관리공사의 기능을 조정해 대체 설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입장이다.

건설관리공사가 시공, 품질, 안전관리 등을 맡았다면 건설안전공단은 설계 과정부터 촘촘히 관리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현창택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건설안전공단 설립 공청회에 참석해 “시공 중심의 안전관리는 재해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산업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검토할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원인은 설계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조수원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상근자문역은 이날 공청회에서 “건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장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발주처가 설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설계착수단계, 중간단계, 마무리단계에서 안전설계여부를 검토하도록 제도화 돼 있다”고 반박했다.

©중기이코노미

기존 기관들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시설안전공단, 근로자 재해를 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태원 의원은 “건설안전공단은 설계부터 준공까지의 안전관리를 수행할 예정이므로, 공사완료 후 시설물의 안전을 진단하는 시설안전공단과 기능이 중복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 매각 대상인 건설관리공사를 공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관리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민간매각을 추진 중인 기관이다. 건설관리공사의 주주인 도로공사, 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는 이를 매각해 부채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박영수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은 “공사를 공단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주주에 대한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관계 부처에서도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시설안전공단과의 업무 중복, 건설안전분야에서의 전문성 부족, 예산상 비효율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공단과의 유사명칭, 업무중복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 과장은 “건설안전공단 설립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므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