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민폐’임을 자인하는 제1야당 대표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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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역사의 민폐’임을 자인하는 제1야당 대표 단식 황교안 대표, 어떤 것을 얻고 단식을 끝낼지 지켜보겠다

기사입력2019-11-20 17:1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단식은 권력과 금력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마지막 저항수단이다. 환경파괴에 맞섰던 지율스님의 단식.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46일을 이어갔던 유민 아빠의 단식. 이들의 단식은 목숨을 내놓은 행위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절규였다. 이런 단식이 언제부턴가 못가진 자의 저항이 아니라, 권력자의 몸값높이기 수단으로 변질된 모습도 보인다. 투쟁이 아니라 투정에 불과한 일부 야당의원의 단식. 극우성향 전광훈 목사의 한끼 단식. 이들의 단식 포퍼먼스는 유민 아빠의 단식 현장에서 폭식투쟁을 했던 부류들과 다를 바 없이 비난받을 행동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투쟁에 들어간 뒤 김문수(왼쪽) 전 경기지사의 도움을 받아 점퍼를 입고 있다.<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등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뜬금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오히려 당 내·외에서 몰아치는 쇄신과 사퇴 요구를 단식으로 회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명분도 결기도 찾아볼 수 없는 황교안 대표의 단식, 정의당이 ‘또 헛발질’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국가적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보다 450%이상 더 내라고 강요하는 미국.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무역전쟁에 지소미아 종료 현안까지 겹친 한일관계.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며 연일 격한 소리를 쏟아내는 북한. 문재인 정부 처지에선 산 넘어 산이고, 사면초가 상황이나 다름없다.

경제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내수는 점점 더 쪼그라들고 곳곳에서 삶의 절규가 넘쳐난다. 이달 초 성북구에서 네 모녀가 가난에 지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보름이 갓 지난 19일 인천에서는 엄마와 아들·딸, 딸의 친구 1명 등 4명이 생활고의 어려움을 유서로 남기고 삶의 고통을 죽음과 맞바꿨다.

이 모든 국내외 현안,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야당과 국회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정부가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면 야당이 성토를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익을 위해 국민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면, 여야가 손잡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

노동은 헐값이 되고 헐값의 일자리마저 기계로 대처되는 이 어려운 때, 형식적인 소득주도성장마저 버리고 재벌위주 경제정책으로 대전환(?)을 요구하는 게 자유한국당이다. 이러고도 서민정당, 청년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부·여당도 박수 받을 일 못한 건 자명하지만, 제1야당의 국정전환 요구는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을 ‘역사의 민폐’·‘생명력 잃은 좀비’·‘버림받은 정당’이라 규정하며, 자유한국당 해체를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황교안·나경원 투톱으로 운영되는 자유한국당의 최근 모습, 누가 보더라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당시 새누리당과 다르지 않다.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이 자유한국당으로 모이지 않는 건, 이런 이유다. 걸핏하면 국회를 마비시키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정당. 올바른 정책대안보다는 안보위기·경제위기를 키워 지지를 얻으려는 정당. 역사의 민폐이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정당이 맞다.

황교안 제1야당 대표가 언제까지 단식을 할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국회를 또 마비시키고, 여야의 공방을 격화시킬 명분 없는 단식은 누구에게도 박수받기 어렵다. 단식은 시작보다 끝내기가 어렵다. 황교안 대표, 어떤 것을 얻고 단식을 끝낼지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