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근거 공급망 배제돼도 항의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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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ESG 근거 공급망 배제돼도 항의할 수 없는데” 자원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장기적인 지원 필요

기사입력2023-01-3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마련하고, ESG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내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 개념을 도입해 공급망에 환경, 인권, 노동, 안전, 윤리 등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한편 공급망 ESG 진단·실사 결과를 거래관계를 통해 반영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개최한 ‘수출중소기업 ESG 생존전략과 지원방안’ 토론회 자리에서 ‘중소기업 ESG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ESG 수준은 하위권=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애플은 환경, 인권, 안전에 대한 협력사 사업장 현장 실사를 했다. 2021년 기준 52개국 1177개 협력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실사 내용을 계약관계에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권침해, 환경파괴 이슈가 있는 광물 조달에 대해 책임광물 관리체계를 통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 492개사 현장 실사를 했다. BMW는 약 3900개 협락사의 ESG를 평가하고 1317개 협력사 현장 실사를 진행해, 중대 위반사항 발견시 협력사와 거래 해지가 가능하게 했다.

전경련의 국내 30대 그룹 공급망 ESG 관리현황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76%는 공급망 ESG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ESG 관리유형은 협력사 ESG 평가가 62.7%, EGS 컨설팅교육이 60%, 행동규범 제정이 58.7%, 환경·안전관리 직접지원이 40% 등이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ESG 자가진단 시스템 분석결과’에 따르면, 주요 ESG 자본이 증가하고 ESG 평가의 일반화 경향에도 국내 중소기업의 ESG 수준은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시스템에 참여한 1만4228개 기업의 자가진단 결과, 환경부문은 65.5%인 9324개사가 미흡수준인 4~5등급으로 나타났으며, 지배구조부문은 56.5%인 8052개사가 4~5등급으로 나타났다. 사회부문에서는 정규직 채용인원, 평균 근속연수, 복리후생비 등을 관리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 사무국장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대상품목 중 EU수출이 집중된 철강업계에 우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정 조건에 따라 간접 배출이 포함될 수 있어 우리 중소기업도 직간접적인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CBAM 대응 비용과 의무를 하청업체에 전가하거나 의무이행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출기업 공급망 ESG 실사 대응 현황조사에 따르면, ESG 미흡으로 향후 계약 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52.2%에 이른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 유인 제공을=중소기업이 협력사인 경우, 대기업의 공급망 전체로 확대된 ESG 관리 영향으로 비용 부담 리스크가 발생한다. 수출기업인 경우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규제 적용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납품이 불가능한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ESG를 근거로 불합리하게 공급망에서 배제될 경우, 제소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손실리스크를 크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나수미 연구위원은 토론에서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지속가능 경영의 유인을 제공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글로벌 규제 경향에 발맞춰 구체적인 ESG 달성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미국과 EU의 목표와 같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단계별로 거시적인 목표를 제시했지만, 개별 중소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는 미비한 상황이다. 나 연구위원은 산업별, 단계별 중소기업 유형별로 실제 추구할 수 있고 공감대가 형성된 구체적인 벤치마크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SG 성과 제고를 위한 정책금융 공급도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금융당국의 추진 아래 통상적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나 연구위원은 개별 중소기업의 ESG 성과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역할을 정책자금이 감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대·중소기업에 지속가능 동반성장을 추구할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나 연구위원은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이 협력사 CSR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인데, 이를 대·중소 동반 ESG 성과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들어 지속가능경영 추구를 위한 대기업의 인력과 노하우를 공유해 중소기업의 부족한 ESG 인력 및 조직을 보완하는 경우, 동반성장지수 평가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