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라서 즐겁다”…당신의 삶은 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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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노인이라서 즐겁다”…당신의 삶은 A+입니다 시니어들의 축제…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

기사입력2024-08-05 12:14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에서 어르신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남은 인생을 좀 더 액티브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저의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출전하게 됐습니다. 오늘부터 저를 바꿀 거예요.”

지난 7월25일부터 3일간 서울 SETEC에서 열린 ‘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The Life Style Expo 2024)’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한 송요순(73세) 씨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바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삶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라이프 스타일 박람회’는 이름 그대로 ‘삶’에 대한 모든 요소를 담았다. 특히,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 예방 기술부터 디지털 취약자를 위한 교육, 신체 건강을 위한 활동까지 시니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했다.

스마트 기술에 적응…‘노후’가 기대되는 삶

곱게 치장하고 아침 9시에 안면인식 출석 체크기를 통해 경로당에 입장한다. 그곳에서 혈압, 혈당, 체중, 체온 등의 기본 건강을 체크하고, 상담사를 통해 예약한 병원과 비대면 진료도 본다. 이후 자신이 원하는 운동을 선택해 신체 재활과 근감소 예방을 도모한다. 이후 도우미의 안내로 각종 여가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취미활동을 한 후, 오후 5시에 귀가해 손주를 본다.

대한노인회가 꿈꾸는 미래의 경로당 모습이다. 1인 노인가구가 늘어나는 지금, 경로당은 노인에게 다양한 취미와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경로당이 최근 ‘스마트’ 바람을 입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이정복 제2사무부총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경로당 문화는 아파트 단지마다 있을 정도로 흔해져 지금은 전국에 6만8000여곳이 있다”며, “요즘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경로당에도 변화의 바람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이제 막 노인인구로 접어든 ‘신세대 노인’을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부총장에 따르면, 같은 노인이라도 세대차가 존재한다. 오래전부터 노인이었던 세대와 65세 전후의 ‘신세대 노인’은 생각의 차이도 크고, 세상을 바라보는 개념이 다르다. 그래서 이 두 세대 간의 간극을 합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에 최근 생기는 경로당은 ‘신세대 노인’을 타깃으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이전의 장소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그중 대한노인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2024년부터 ‘스마트 경로당’ 전환에 힘쓰고 있다.

이정복 사무부총장은 “옛날 어르신들은 낯설어하지만, 신세대 어르신들은 평소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에 익숙하기 때문에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청취해 스마트 경로당의 비전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객들이 스마트경로당의 헬스케어 부스에 마련된 키오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케어유의 교육용 키오스크 모습 ©중기이코노미

아무리 요즘 노인들이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무인화로 변해가고 있는 서비스 시설에 낯설어하는 노인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케어유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들고나왔다.

케어유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접할 수 있는 12곳의 장소를 테마별로 넣어놨다”며, “실제 외부에서 볼 수 있는 키오스크 화면을 그대로 연출하면서 모의 카드를 통해 영수증 출력 방법부터 바코드 읽기, 지문인식기로 무인 민원 발급까지 다 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32인치, 24인치, 태블릿형 등으로 구비해 다양한 외관의 키오스크에 익숙해지도록 배려한 것도 특징이다. 이외에도 정신건강 테스트, 엠브레인 키오스크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우울증, 스트레스 등에 대한 본인의 지수를 확인할 수 있고, 치매 예방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치매 예방센터, 종합복지관,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에 구매나 렌탈 형식으로 납품하고 있는데, 어르신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특히 실물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동안 키오스크에 갖고 있던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낮아졌다는 피드백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재활·응급…혼자 살아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박람회장 한 공간에 신나게 울려 퍼지는 트로트 음악을 따라가 보니, 한 중년이 멋진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노인을 춤추게 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딥다(DIPDA)라는 스마트 헬스케어 부스였다.

딥다 제품을 들고나온 리디자인(REDESIGN)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부 여동진 팀장은 “어르신의 보행 재활을 도와줄 수 있는 운동기구와 콘텐츠를 같이 묶어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운동기구의 경우 회전 발판을 좌우로 트위스트 추듯이 흔들면 되고, 콘텐츠는 어르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 120곡에 운동 강사와 함께 짠 안무를 촬영해 보여준다. 또한, 운동할 때 넘어지지 않도록 낙상 방지 보호대도 달려 있다.

여 팀장은 “어르신에게 보행과 관련된 주변 근육과 고관절 힘을 키워주는 게 매우 중요한데, 이 기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주간보호센터에 주로 납품하고 있고 복지관, 보건소, 요양원, 재활병원 등에서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리디자인 관계자가 스마트 헬스케어 기구의 우렁찬 트로트 리듬에 맞춰 운동하고 있다.

1인 노인 가구가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부모의 건강을 먼 거리에서 챙길 수 있는 세이브어스의 프로그램 ©중기이코노미

‘24시간 딱 붙어서 부모님을 보호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업체도 눈에 띄었다. 1인 가구가 보편화되고 있는 지금, 부모와 자식 간 물리적 거리는 멀더라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스마트 기술이다.

자신을 ‘국민 장남’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한 세이브어스(SAVEUS) 최인주 대표는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함께 살자고 해도 싫다고 한다. 그렇다고 전화를 제때 잘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씩씩한 것 같아도 이들도 도움은 필요하다. 나라에서 도와주는 노인층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부모를 도와야 한다”고 제품을 개발한 계기를 밝혔다.

세이브어스는 스마트워치처럼 손목에 밴드를 차면, 부모의 모든 신체적, 정신적 정보가 자녀에게 전송된다. 1분마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 혈압 등 바이탈 체크를 해주고, 걸음 수 체크를 통해 운동량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또한, 부모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까지 데이터로 전송해 준다.

긴급통화 기능도 있어서 급박한 상황일 때 바로 가족에게 알림을 준다. 하지만, 긴급한 통화라 하더라도 간혹 자녀들이 바쁜 일정으로 놓칠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 하루 1000원만 내면 세이브어스가 보초를 24시간 서준다고 한다.

최인주 대표는 “고향에 혼자 사는 어머니가 옆집 아주머니와 항상 짝지어서 다녔는데, 얼마 전 옆집 아주머니가 쓰러지면서 혼자가 되셨다. 그러다 보니 내 전화도 잘 안 받으시더라”며, “운동에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밴드를 드렸는데, 화면에 나오는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열심히 사는 인생…당신의 삶은 ‘A+’입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은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였다.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를 모델처럼 워킹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시니어의 당찬 모습에서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풋풋함이 느껴졌다. 이후 드레스와 턱시도로 멋지게 갈아입은 이들의 표정은 긴장감과 기대감이 어우러져 무대 위를 더욱 빛냈다.

대회에 참가한 하영애(65세) 씨는 시니어 모델 3년 차의 베테랑이지만, 새로움을 느끼고 싶어 참가했다고 한다. 무대 아래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그는 “SNS를 보고 출전하게 됐다”며, “드레스 대여비, 헤어메이크업 비용 등이 생각보다 커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무대 위와 바깥에서 내가 경험하고, 즐기는 이 모든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가 열리는 공간의 한쪽 면에는 ‘인생 사진관’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시니어들의 추억을 담아내는 사진관이 있었다. 어르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작가의 셔터 소리에 촬영을 기다리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에이플러스 스튜디오의 김성보 대표는 “요즘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데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유쾌하게 담아내면 당사자에게 기억이 되고,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해서 행사 담당 피디와 함께 기획하게 됐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어 “너무 많아 찾아줘서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며, “작은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격려해 주는 어르신도 많아 촬영하면서 부모님과 할머니 생각이 나 울컥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까는 80대, 90대 할머니 두 분이 소녀처럼 사진을 찍는데 뭉클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