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는 것은 공원에 가는 것과 비슷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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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미술관에 가는 것은 공원에 가는 것과 비슷해야 예술의 경계는 없다…토비아스 레베르거 ㊦

기사입력2024-09-18 1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는 미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미술만 중요하다고 믿는 미술 숭배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작업은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하지만, 그 작업이 어떤 것에 어울리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미술이 항상 대립적인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 나는 미술만 반드시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 뒤에 있다고 흥미롭지 않은 게 아니다. … 미술관에 가는 것은 공원에 가는 것과 비슷해야 한다. 그냥 거기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뭔가를 먹고, 프리스비를 던지거나 잠을 잘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미술이 주위에 있을 때, 그럴 수 있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미술이 미술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을 벗어나,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다양한 사람의 개입과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현실에서 구현된다.

‘If you don’t use your eyes to see, you will use them to cry’의 전시전경, 2019, Rockbund Art Museum, 전시장 1층에 정육점을 설치한 모습. <출처=https://www.e-flux.com>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네온사인, 월페이퍼 벽화, 3D 출력 조각품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상업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한다. 2016년 아트바젤홍콩의 개최 시기에 맞춰 패션 브랜드 MCM과 협업한 가방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고, 2020년 갤러리바톤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국내 향수 제조업체와 협업하기도 했다. 2024년 플랫폼엘에서 전시할 때는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와 협업했다. 그 외에도 그는 다양한 상업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공간을 연출하고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이런 레베르거의 행보를 상업적인 전략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음 짓는다.

“상업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와 작업을 하고 잘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전시장 1층에 정육점이 있음을 알리는 전시장 외부 네온사인. <(출처=http://abyssal.rockbundartmuseum.org>

그는 전시작품을 휴식공간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정육점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9년 상하이 록번드 아트 뮤지엄(Rockbund Art Museum)에서 열린 첫 번째 중국 개인전에서, 그는 1층에 완전한 기능을 갖춘 말 그대로 ‘정육점’을 설치했다. 이 공간은 전문 정육사들이 운영하며, 필요한 냉장시설과 배관을 갖추고 있어, 관람객들이 단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