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기술로 도시 풍족하게…삶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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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공간정보 기술로 도시 풍족하게…삶의 질 향상 효율적인 도시계획, 공간정보 산업의 미래…2024 K-GEO 페스타

기사입력2024-11-14 00:00

‘용적률 500%일 때 아파트 단지의 모습입니다’라고 주민설명회에서 도표로 보여줬을 때, 제대로 이해하는 주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상태에서 사업성만을 따져 건물을 올리면 소위 ‘닭장’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변하기 마련이고, 결국 거주하는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에까지 환경적인 위해를 끼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주거는 단순히 건축비용 저감이나 사업 효과와 같은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따지기 힘들다. 여기에는 일조권, 조망권과 같은 삶의 질에 따른 정서적인 논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도시 정비사업에서 ‘공간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 가상도시 음영 분석 결과를 시각화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에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가상도시를 만들어 시뮬레이션해 주는 기술이 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K-GEO 페스타(Festa)에는 이런 ‘공간정보’의 최신 기술과 융·복합 활용을 통해 공간정보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기술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도시계획을 좀 더 효율적으로…‘공간정보’의 공공성

대부분의 사람은 노후화된 도시에 사는 걸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20년 이상의 오래된 도시는 정비사업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플랫폼을 통해 노후계획도시 후보지를 모니터링한 후, 조망권과 일조량 등을 3D로 시각화해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정비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최훈호 선임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에 노후계획도시를 가르는 기준이 있는데, 여기에 부합되는 도시가 매년 늘고 있는 추세”라며, “노후계획도시 정비플랫폼을 통해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해 리스트업한 후, 후보지와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노후계획도시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조성 후 20년 이상 경과하고 100만㎡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노후계획도시에 해당하는 대상지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법을 넓혀 80만㎡에서 인접지까지 포함하거나 50만㎡에서 인접지와 그 인접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한국국토정보공사는 광범위해진 특별정비 예정구역을 관련법 등 조건에 따라 자동 갱신해 주고, 후보지 목록을 지도에 시각화해 표기해 준다. 이후, 단지마다 조망권 및 일조량 등 생성 단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3D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최 선임은 “특히 도시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들이 원하는 용적률로 건축물을 짓고 가상도시를 만들어 보여주면 주민들의 빠른 이해를 돕고,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통 정비사업 시 계획수립만 1년, 분석 과정이 3~4개월이 필요하지만, 이 플랫폼을 통하면 압축적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분석 과정 또한 1개월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 신속한 합의에 이르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통해 통해 도시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이 외에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통해 시설물 현황 모니터링, 홍수 시뮬레이션, 교통 시뮬레이션 등도 제공한다.

이용국 과장은 “디지털 트윈이라는 것은 현실세계에서 알 수 없는 것을 가상세계에서 해본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차원상에서 본 거리 측정, 지형을 통한 토목량 분석 및 경사 방향 분석, 설계 도면으로 본 건축물 분석 등을 통해 시간에 따른 그림자 방향이나 홍수가 발생할 시 어디부터 잠길 것인지, 그 안에서 노후한 건물과 배수로가 없는 건물 등을 보여준다. 이를 행정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2년 10월 말에 개발된 이 플랫폼은 현재 27개 지자체가 사용하고 있다. 리야드,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에도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기본계획 수립 시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탄소공간지도’도 만들었다. 탄소가 배출되고 생성되는 현황을 데이터로 볼 수 있는데, 현재 17개 지자체와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최우경 대리는 “전국의 탄소배출 및 흡수량을 행정 경계 또는 1km, 500m, 100m의 격자 형태 및 용도지역, 선형 단위로 살펴볼 수 있다”며, “건물, 수송, 산림 등의 탄소 배출량을 한눈에 알 수 있어 탄소중립도시 조성 계획 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권우석 대리가 슈퍼무브 앱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때 KTX 앱에서 기차를 예매하고, 별도의 앱을 통해 버스나 택시 등 다른 운송수단을 알아봐야 했던 불편함을 덜어주는 앱도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적으로 보여주고 예약, 결제까지 가능하게 한 K-MaaS 중계 플랫폼을 들고나왔다.

한국도로공사 권우석 대리는 중기이코노미에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주관한 사업에 공공사업자로 한국도로공사가 중계플랫폼을 맡았고, 민간사업자로 슈퍼무브가 참여했다”며, “영세한 업체들이 항공, 시내버스, KTX 등 교통수단 하나하나 연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우리가 먼저 연계한 후, 민간에 오픈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속·시외버스, 자전거, 철도, 킥보드, 택시, 항공 등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 대리는 “슈퍼무브 앱에 들어가면 목적지까지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알려주고, 원하는 경로를 선택해 예약 및 통합 결제가 가능하다”며, “10월 말에 오픈했고, 나중에는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성·항공 영상…초해상화 기술로 ‘K-GEO’ 위성세계로

수퍼 레졸루션(Super Resolution) 기술로 저해상도의 위성 영상이나 항공 영상 이미지를 초해상도로 치환해 제공하는 업체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다비오(dabeeo)는 직접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선박, 자동차, 항공기 등의 객체를 광범위한 지역에서 찾아주기도 하고, 2D 영상을 3D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를 비교, 분석해 변화를 감지하거나 건물의 증축, 도로의 유실, 산림의 황폐화 정도까지 찾아준다.

이 회사의 영업팀 김경호 책임은 “저해상도 영상은 저렴한 가격에 많이 구할 수 있지만, 고해상도 위성은 개수도 적을뿐더러 비싸다”라며, “서울시, 대전시 등 지자체와 군대, 산림 분석이 필요한 기업체에서 많이 찾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 기업은 초해상도 기술로 인도네시아의 팜트리 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책임은 “인도네시아의 팜트리는 단일 농장만 하더라도 140㎢가 넘는다. 그런데 사람이 관리하다 보니 놓치는 게 많다”며, “위성으로 찍어 농장을 분석해 팜트리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등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비오의 김경호 책임이 수퍼 레졸루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스패이드 이종걸 대표가 GEO AI 솔루션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프롭테크(Prop Tech, property+technology)로 시작해 지리 공간 AI, 3D GIS 매핑 기술로 GEO AI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기업도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스패이드(spaid) 이종걸 대표는 “도시계획을 하려면 어디에, 얼마나 흙이 있고, 전봇대는 어디에 얼마나 매설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적 정보가 필수적”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지리정보원이 워낙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갖다 쓰면 되지만, 동유럽은 그런 데이터들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동유럽의 국가들은 여전히 구글어스에서 얻은 인공사진을 갖다 쓰기 때문에 해상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떨어진다. 이에 스패이드는 이런 영상들을 후가공 및 보정을 통해 3D 맵으로 만들어주고,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전봇대 위치 또한 정확히 뽑아준다. 미래에는 B2C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AR 기기를 쓰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에게 관심 있는 정보를 팝업으로 보여주는 사업도 기획 중”이라며, “일례로, 신발 광고가 나오고 있는 건물을 지나갈 때 해당 신발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라며 미래 방향을 밝혔다.

‘공간정보’ 기술로 도시인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고층 건물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하는 도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안전이다. 아무리 신기술이 적용된 건물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나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건물은 비상 대피훈련을 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실상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훈련하더라도 대체로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이에 주목한 ㈜에스앤아이(S&I) 코퍼레이션은 비상 대피상황·훈련 솔루션을 들고나왔다.

에스앤아이의 주성광 파트너가 비상 대피 솔루션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주성광 파트너는 중기이코노미에 “건물 불편 신고부터 공간 예약·사원 식당 메뉴·무인 택배 등 생활케어, 온습도 및 공기질 모니터링 등 고객복지케어가 가능한 통합 건물관리 앱”이라며, “여기에 비상대피 솔루션을 추가로 넣었다”고 말했다.

비상대피 솔루션을 넣은 이유는 모든 대형 건물이 비상대피 훈련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그 이유를 분석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줌으로써 쉽고, 효율적으로 비상대피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주 파트너는 “법적인 규제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임차사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서는 비상대피 훈련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심지어 모의훈련을 제때 하는 대기업에서도 힘든 점은 있다”며, “비상대피를 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나갔는지도 모를뿐더러 막상 대피장소로 나가면 수기로 장부에 이름을 작성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회사의 앱에서는 상황 전파에 대한 알람은 물론, 앱을 깔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카카오채널톡으로 알람을 전달한다.

또한, 대피 구역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만 대피 완료 버튼을 누르도록 해놨기 때문에 대피 후 통제도 효율적으로 가능하다. 더불어 몇명이 대피 완료했는지, 휴가자는 몇 명인지 대피현황에 대한 대시보드가 데이터화돼 명확히 제공된다.

배송·물류 산업이 점점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배달 역시 로봇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동그랗고 큰 눈과 귀여운 목소리는 아이들에게도 신기루와 같은 기쁨을 선사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이에 ㈜뉴빌리티는 라이다라는 고가의 센서 기능을 쓰는 타사와 달리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선뵀다.

이 회사의 이명재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에 “한 대당 가격이 3000만원대로 라이다를 기반으로 한 로봇보다 3~4배 이상 저렴하다”며, “360도 어느 각도에 장애물이 있더라도 인지하고 회피할 수 있는 멀티 카메라와 깊이 정보를 추가로 추출해 장애물 회피가 가능한 뎁스 카메라가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즉, 뉴빌리티쪽에서 로봇이 갈 길을 사전에 맵핑으로 진행해 놓는데, 갑자기 지진이 발생하는 등 못 가는 상황이 되면 로봇 스스로 인지해 ‘확인이 필요합니다’라는 신호 값을 관제센터로 보내온다. 그러면 센터에서 확인 후, 다른 루트로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자율주행 배달 로봇은 도심지를 비롯해 캠핑장, 골프장 모두 사용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인천 송도 지역에 배달 플랫폼사와 손을 잡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성남시에서도 시민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향후에는 서현역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잠실과 서초동의 일부 아파트에서는 어린이들이 친구처럼 좋아한다는 피드백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이에 이 매니저는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제휴를 통해 연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테스트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업데이트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