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보호·회수보장…‘의무공개매수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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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주주보호·회수보장…‘의무공개매수제도’ 필요 M&A 등 지배주주 변경과정에서 일반주주 투자회수 기회 보장해야

기사입력2025-01-2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활성화TF가 최근 개최한 ‘한국주식시장 밸류업을 위한 M&A제도 개선’ 입법토론회에서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M&A 거래는 일반주주의 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제안했다.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크게 증가했는데, 정 교수에 따르면 2019년말 618만명이었던 투자자 수는 2023년말 기준 1415만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91.1%를 차지한다. 이처럼 개인투자자 수가 증가하면서 합리적인 주주 보호제도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가치 상승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 재산증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M&A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M&A시 인수인의 경영능력이나 사익편취 정도 등에 따라 일반주주의 주식가치는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무자본 M&A, 기업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세력에 의해 인수인이 회사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회사의 핵심기술이나 자산을 약탈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경우, 일반주주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M&A 거래는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지배지분만을 인수인에게 사적 계약을 통해 매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때문에 일반주주는 M&A 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고 지분의 매각 기회도 없다. 심지어 지배주주가 기업사냥꾼 등에 지배지분을 매각하더라도 M&A 거래에서 소외되는 일반주주는 계속 대상회사의 주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필요=정 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중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경우, 새로운 인수인은 모든 주주들에게 지분매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수인의 경영능력이나 인수의도가 의심되는 경우, 일반주주들은 주식을 인수인에게 처분하는 방법을 통해 보호를 받고 투자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EU·영국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매수인에게 전부매입 의무를 지움으로써, 모든 주주들에게 매각 기회를 제공한다. 매각 가격은 최근 거래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정한다.

정 교수는 EU·영국식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할 경우 인수금액 규모가 커지고, 이에따라 M&A 거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존재한다면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가 지분 전부를 매입할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지배주주 경영권 방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재무구조 악화 시 구조조정 등에서는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화를 위해서는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모든 주주에게 매각 기회를 줄 것인지, 인수인 부담을 고려해 일정비율까지 매입의무를 부과할 것인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일정기간 동안 최고 가격으로 할지, 별도의 절차에 따라 평가하는 공정가격으로 할지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정가액…자본시장법 개정 필요=M&A 과정에서 합병비율 등의 공정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합병, 분할합병, 주식의 교환, 이전 등을 하는 경우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 규정은 회사가 합병가액을 임의로 산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2년 도입됐지만, 주가가 공정한 주식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일반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 공정한 가액으로 산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외부평가기관의 평가 관련 독립성 보장 및 품질 개선이 필요하며,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독립위원회의 구성을 통한 협상 진행, 합병 검사인 제도 등 합병비율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적 조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