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도 무시하는 ‘트럼프관세’ 불확실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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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FTA도 무시하는 ‘트럼프관세’ 불확실성 커진다 글로벌 무역질서의 혼란 등 복합적인 대응책 필요

기사입력2025-01-23 00:00

현지시간으로 20일, 우리 시간으로는 21일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전세계인이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한 바대로 취임 첫날 다양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다행히 관세부과를 즉각 시행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일시적이나마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는 평가다.

관세부과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관세 계획에 대해 조속히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2월1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세에 10%를 추가하겠다고 했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는 25% 규모의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발언대로 시행한다면 예상된 충격이 2주 가량 뒤로 늦춰진 것뿐이다.

2월1일에 즉각 관세 부과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관세부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보도에서는 관세정책이 두 달 안에는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도 보이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불구경할 수 없는 것이, 한국 자동차 업계는 멕시코에 구축한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상당한 규모의 대미 수출을 하고 있다. 한국 수출의 주력 산업중 하나인 자동차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관세부담을 지게 되는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행정명령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IRA 자금지출의 즉각 중단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시했다. 게다가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이 체결한 기존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라고 담당부처에 지시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국가들까지 거론했다는 점, 미국에 유리한 개정을 공언했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내에 한미FTA를 개정하자는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해법은 소통에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1일 외교부, 산업부, 국무조정실, 대통령실 정책실, 국가안보실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외경제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신정부와 고위급 소통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권한대행의 직무를 맡고 있으면서 기재부 장관이기도 하니, 최상목 대행 스스로가 경제분야에서 대미 소통의 중심에 나서야 한다.

무역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책임도 크다. 산업부 역시 21일 통상교섭본부, 경제단체, 주요 업종별 협회와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통상정책 관련 행정명령과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미국에 실무대표단을 급파한 사실도 밝혔는데, 미국과의 소통 과정에서 실무진 차원의 접촉은 당연한 일이지만 통상교섭본부장은 물론 산업부 장관까지 각자가 카운터 파트와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에서 예외를 인정받거나 한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쪽에 힘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 보복관세와 같은 무역전쟁 상황까지도 예상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란 경험이 대표적이나, 사실 같은 기간 미국은 EU와도 무역분쟁을 겪었다. 미국과 가까운 일부 국가들이 SNS를 통해 기습적으로 발표된 관세부과에 경악한 사건도 있었다.

기존의 FTA나 다자협정에 기반한 글로벌 무역질서가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건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방향이지만, 위기 상황이 고조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순 없다. 향후 상당기간 동안은 경제정책과 무역협상의 무게중심을 위기관리에 두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처에 나갈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