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논란, 상법개정 필요성 거듭 확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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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중복상장’ 논란, 상법개정 필요성 거듭 확인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주주권익 보호에서 시작해야

기사입력2025-03-08 00:00

모기업과 자회사를 모두 증시에 상장하는 ‘중복 상장’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소액주주들이 중복 상장에 반발해 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많고, 중복 상장의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도 보인다. 기업들의 대응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LG CNS는 오래전에 별도로 설립된 합작법인의 상장이란 점을 강조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모기업의 물적분할 이후 이뤄지는 여타의 중복 상장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LS그룹은 구자은 회장이 직접 중복 상장이 문제라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중복 상장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지난 2월 중복 상장에 대해 제도 보완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투자자 보호에 상충되는 문제가 없다면 개별기업의 의사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복 상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투자자들이 물적분할 이후 지주회사 또는 모기업 주식에서 손을 때는 경우가 흔히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란 비판까지 받고 있다.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를 상장하는 비율 자체도 한국 증시가 유독 높은 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국내 증시의 중복 상장 비율(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의 시장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0.4%)은 물론 중국(2.0%), 일본(4.4%), 대만(3.2%)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거버넌스포럼은 중복 상장에 대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밸류업 아닌 밸류파괴이며, 시장 전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아마존 등 각각 수백개의 자회사, 수천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모회사 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복 상장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IPO의 경우 중복 상장 사례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중복 상장되자, 금융당국은 5년 이내에 물적분할된 자회사의 상장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에도 중복 상장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주주들의 반발 역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미국에서는 특정 주주와 이해관계 있는 거래에 관해서 그 특정 주주와 관계 있는 이사를 제외한 독립적인 이사들과 그 특정 주주를 뺀 나머지 주주들이 거래를 승인해야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 합병, 두산 구조개편,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후 상장, 현대모비스 분할 후 글로비스와 합병 시도 등 일반주주이익 침해를 통해 특정 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는 사안에서 특히 이런 검토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현행 상법과 실무 하에서는 일반 주주의 이익이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상법개정으로 인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해지면 장기 외국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대표적인 장기 가치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거버넌스 개선이 대폭 이뤄지고 있는 일본 투자는 늘리는 반면 한국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는 현실”을 반전시킬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중복 상장 논란이 커지고 반복될수록 상법개정과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거듭 확인될 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