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원금, 法아닌 ‘집단지성’이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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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P2P대출 원금, 法아닌 ‘집단지성’이 지켜준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자 늘지만 안전장치 없어 고위험

기사입력2015-05-14 00:00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온라인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이트를 리뉴얼하려는데 사이트 개발비용과 마케팅 비용, 서버 증축 비용 등이 필요해 대출을 받고자 합니다. 외국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렵네요. 신청 대출금액은 300만원입니다. 매달 18% 금리로 24개월 동안 원리금 균등 상환하겠습니다”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P2P 대출 사이트에 이같은 내용의 대출신청서를 등록했다. 그의 계획서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10명의 투자자가 그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A씨는 열흘 만에 32명의 투자자로부터 목표한 대출금을 빌릴 수 있었다. 투자자들이 제시한 금액은 5만원부터 30만원까지 다양했다.

저금리 기조타고 급부상하는 고수익 P2P 대출

2000년대 중반 등장한 P2P 대출(peer to peer lending)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2% 안팎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은행과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수익률은 각각 2.61%, 2.81%인 반면, P2P 대출 투자자의 세전이익률은 이들보다 3배 이상 높은 8.7%였다.

P2P대출 개념도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처럼 P2P 대출이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는 열린 구조 때문이다. P2P 대출업체 B사 관계자는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하는 은행권과 달리 P2P 대출은 누구나 자신의 사연을 올리고 돈을 빌릴 수 있다”며 “때문에 대출희망자들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10% 이상의 높은 이자율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금융서비스는 대출희망자가 자신의 사연, 신용정보, 희망 대출금액과 연이율 등을 사이트에 등록하면 투자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를 읽고 투자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대출희망자가 원하는 금액까지 투자금이 모집되면 거래는 바로 성사되고, 이 경우 투자자들이 입금한 돈은 P2P 대출업체를 거쳐 차입자에게 전달된다.

안전성 낮고 법 제도 없어…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

이 과정에서 P2P 대출업체는 차입자로부터 대출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뿐이다. 대출희망자들의 상환능력 검증이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란 소리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 P2P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신용평가”라며 “하나의 투자를 위해 많은 토론이 일어나는데 이런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는 “가급적 분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나의 투자당 투자목표액의 20% 이상의 참여는 하지 않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는 차입자가 만기까지 돈을 갚지 못해도 P2P 대출업체들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P2P 대출업체 C사 관계자는 “차입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최대 8개월에 걸쳐 자체적인 채권추심을 하지만 최후까지 차입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투자자가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P2P대출 이용고객 신용등급

2014년 기준. <자료=머니옥션>

이처럼 관리 수준이 낮다보니 P2P 대출에는 기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등급자들이 몰린다. 국내 P2P 대출업체 머니옥션이 지난해 대출이용객들의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 신청자의 81%가 5~10등급으로, 8등급 이하도 26.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차입자가 얼마만큼의 대출금 상환능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다. 그러나 P2P 대출업체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대출신청인의 직업, 신용등급, 연봉수준, 채무상황 정도뿐이다. 차입자의 장기연체율 등 투자에 꼭 필요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동우 책임연구원은 “국내 P2P 대출업체들은 대출희망자의 사연이나 대출금 상환 노력 계획 등도 정보로 제공하고 있어 투자자의 감정에 호소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여지도 많다”고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정부의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P2P 대출은 대부중개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 최성규 사무관은 “P2P 대출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 법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을 업으로 하고 싶다면 대부업자로 등록해 관리 받으면 될 일이다. 그밖의 개인 자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정부가 나서서 따로 관리·감독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금융위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에서 P2P 대출업체가 제외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금융위는 “오프라인 대부업도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P2P 대출 육성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장은 소리 없이 크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머니옥션, 팝펀딩 등 기존 P2P 대출업체들 외에 새로운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타트업 테라펀딩이 문을 연 데 이어, 올해 8퍼센트, 펀다, 피플펀드, 테라펀딩, 렌딧 등의 신생 P2P 대출업체가 베타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 3월3일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8퍼센트의 경우, 서비스 시작 두 달여 만에 누적투자액이 2억7850만원을 기록하며 투자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은 그 규모가 더 크다. 가장 오래된 P2P 대출업체인 영국의 조파(Zopa)는 최근 10년간 총 6억7000만파운드(약 1조1600억원)가 넘는 대출을 중개했고, 미국 최대 P2P 대출사이트인 렌딩클럽(Lending Club)은 2014년 3분기에만 62억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개인간 대출을 중개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은 2013년 34억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였던 세계 P2P 대출시장이 2025년 1조달러(약 1095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