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누적원산지규정’ 활용 TPP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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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자동차산업 ‘누적원산지규정’ 활용 TPP 넘자 멕시코 베트남 TPP가입국에서 생산하면 역내산 인정·관세 혜택

기사입력2016-01-28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누적원산지규정

자동차 회사 혹은 관련 부품회사가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TPP 가입국에 생산공장을 지어 미국에 수출해도 관세를 면제받는다. 이처럼 TPP 가입국가 안에서 원재료를 조달할 경우 국산재료로 간주해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규정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따라 국내 자동차 및 관련부품 산업의 타격이 우려되지만, ‘누적원산지규정’을 활용하면 TPP에 참여하지 않아도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를들어 TPP 가입국인 멕시코나 베트남에 기존 생산품과 다른 고부가가치의 전기차 공장을 만들어 생산하면 누적원산지규정에 따라 역내산으로 인정돼 TPP 장벽을 넘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6일 주최한 ‘2016 중남미 경제전망 불황속에 기회를 찾아라’ 세미나에서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미국시장에 근접한 지리적 이점, 친기업적 환경 등 수출 전진기지로서 매력을 갖춘 중남미는 TPP 발효이후 역내국가 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완화돼 시장이 확대될 것이며, 물류비용이 적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취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자동차 및 관련부품과 생명과학·제약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자동차 및 관련부품 산업의 경우, TPP 가입국 가운데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7개국이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 세계 상용승용차의 30%가 멕시코에서, 9인승 이하 자동차의 74%가 베트남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TPP로 인해 한국산 제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또 미국에 수입되던 일본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던 2.5%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누적원산지규정이 적용돼 미국시장에서 무역전환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무역전환은 생산비가 낮아 역외국에서 수입하던 상품을 역내국간 관세철폐로 생산비가 높은 역내산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김 연구위원은 따라서 “차세대자동차나 인텔리전트자동차, 전기자동차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가 훨씬 더 크다”며 “소프트웨어는 물리적 형체가 존재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해서도 사고 팔 수 있다”고 했다. 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부가가치는 높이고 원산지누적규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들면, 우리 기업들도 충분히 자동차와 관련 부품 산업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TPP 가입국인 베트남에 전기차 공장을 만들어 생산하면 누적원산지규정에 따라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가치사슬이란 기업이 원재료를 사서 가공·판매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과거에는 한 기업이나 국가안에서 이뤄졌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건비와 재료비가 싼 다른나라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주목받게 됐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은 상품의 기획, 생산, 판매에 이르는 각 과정들이 전세계로 나눠져 각각의 과정별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말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함께 “글로벌 전통 화학기업들이 생명과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생명과학과 제약 산업분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며 “제약, 종자, 식품 등 제품을 다각화하고 사업지역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 생명과학 및 제약분야는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고 대다수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현재 한·미FTA에 따라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김 연구위원은 예측했다.

그러나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제약강국인 일본, 호주 등이 TPP 가입국이기 때문에 기존의 한국제품을 TPP 가입국(관세혜택 있는 역내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무역전환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김 연구위원은 “수입국을 다양화해 미국 뿐만이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인적자원과 연구 인프라를 갖춘 TPP 가입국과 함께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들어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TPP가 모든 산업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TPP는 작고, 가볍고, 비싼 제품 및 서비스의 무역자유화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라면, TPP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다른 기업보다 빨리 중남미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