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육성 ‘요란’…국내유통 제한부터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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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할랄 육성 ‘요란’…국내유통 제한부터 없어야 무슬림 관광객 증가 “푸드트럭, 식품숍 등 국내시장도 키우자”

기사입력2016-08-05 13:00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 ‘신이 허락한 것’이란 의미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을 총칭한다. 최근 윤리적 소비,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할랄식품에 대한 비무슬림의 선호가 늘고 있다. 특히 할랄식품 대부분은 HACCP 등 식품품질 관련 국제표준도 충족, 웰빙 관심이 높은 선진국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다국적 시장조사기관 톰슨로이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이슬람 경제 현황보고서 2014-2015’에 따르면, 글로벌 할랄 ‘식품’시장의 규모는 2013년 1조2920억달러에서 2019년 2조5370억달러까지 커진다. 세계 식품시장의 20%를 넘는 거대시장이다.

먹을 수 있는 ‘할랄’과 금지하는 하람식품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할랄식품은 무슬림이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뜻한다.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식(Dhabihah, 이슬람교도가 알라에게 기도한 뒤 단칼에 도살하는 방식)으로 도축된 고기와 첨가물 없이 재배된 곡류·식물성 음식과 생선·조개 등의 해산물은 할랄이다. 먹을 수 없는 것은 ‘하람(Haram)’이다. 돼지고기, 개고기,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를 가진 육식동물, 곤충, 위험한 해상동물(상어, 돌고래 등), 알코올 성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해당 원재료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추출되는 모든 재료도 사용금지다. 유통 또는 조리과정에서 하람 원료가 닿은 식기류도 사용할 수 없다.

할랄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할랄인증은 필수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지역 및 관습에 따라 약간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따라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할랄인증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150~200개에 달한다. 말레이시아 ‘자킴(Jakim)’과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의 ‘무이스(MUIS)’,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스마(ESMA)’ 등은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고 있다. 국내 할랄인증기관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가 대표적이다.

할랄인증은 핵심고객인 무슬림에게 어필하기 위한 요건이지만, 인증자체가 통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국가에도 비무슬림이 거주하고 있어 비할랄제품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랄인증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 시장접근이 제한적이다.

“할랄 수출 뿐 아니라 국내시장도 키워야”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1500조원, 할랄 식품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할랄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기업 대부분은 비무슬림 국가 기업이며, 이들이 전체 할랄 식품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 패스트푸드기업 맥도날드, 스위스 종합식품기업 네슬레(Nestle), 영국의 대형유통기업 테스코(Tesco) 등은 할랄 식품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네슬레의 경우 1992년부터 할랄식품 개발을 시작했다.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식품이 할랄인증을 받았다. 네슬레 말레이시아의 경우, 매출액의 1/4이 40개 할랄 수출제품에서 나온다. 할랄 식품 판매증가율은 연평균 50%에 달한다. 네슬레는 분유, 수프, 사탕 등에도 할랄을 적용할 계획이다.

뒤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할랄 식품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할랄시장에 대한 농식품 수출액은 8억6000만달러, 전체 농식품 수출액(61억8000만달러)의 14% 수준이다.

정부가 최근 할랄식품을 집중 육성하고 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수출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류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관광객은 75만명에 달한다. 전체 방한 외래객의 5.3%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9%씩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위한 먹거리는 제한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할랄인증 식당은 12곳이다. 수도 적고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 8곳, 경기도 2곳, 인천과 강원도에 각각 1곳이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중동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무슬림 프렌들리 식당 가이드북’을 펴냈으나, 여기에 소개된 식당 대부분은 할랄인증이 없어 이곳을 거의 찾지 않는다는 게 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할랄식당. ©중기이코노미

할랄식품의 유통도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식품에 할랄인증 로고를 표기할 수 있으나, 광고는 할 수 없다. 축산품의 경우에는 할랄인증 로고 표기와 광고 모두 허용하지 않는다. 식품의 경우 할랄인증 로고를 표기해 유통할 수 있지만, 시장이 적어 이슬람국가로 수출하는 제품에만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들이 할랄식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 이태원에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부에서 수출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알지만, 국내시장에선 변화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며 “무슬림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할랄식품 정보를 얻을 수 없는데, 할랄식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디서 상품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A씨는 할랄 푸드트럭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할랄식품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 오승용 센터장도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할랄식품을 접해보고, 돌아가 입소문도 내고 홍보도 하는 것인데 국내에 할랄인증 로고 부착제품이 적다”며 “면세점이나 무슬림 관광객 방문이 많은 곳에 할랄식품 숍을 만드는 등 국내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전통식품의 할랄인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요 한식재료인 된장, 고추장의 경우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알코올이 생겨 할랄인증을 획득하기가 어렵다. 떡도 마찬가지다. 보존 때문에 첨가하는 주정이 이슬람국가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떡의 경우, 액체가 아닌 고체이기 때문에 시료 테스트마다 검출되는 알코올의 양도 편차가 크고 정확하지 않다. 한류영향으로 동남아에서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할랄인증을 위해 대체소재를 개발하고, 알코올을 줄이면서 맛은 동일하게 낼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