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노동계 “경종” 재계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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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이재용 판결…노동계 “경종” 재계 “안타까워” 2심 36억 뇌물이 대법에서 86억으로 늘어…실형선고 가능성 높아

기사입력2019-08-29 17:0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심이 무죄로 본 부분을 파기하고, 뇌물공여액수를 추가한 판결을 내렸다. 재계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노동계는 ‘재벌 봐주기’ 식 법원판결에 경종을 울렸다는 논평을 내놨다.

전경련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후, 배상근 전무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향후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재벌총수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뒤, 2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낮춰 선고하는 악습인 이른바 ‘3·5법칙’을 깨뜨렸다”며 “재벌총수가 법 위에 군림하며 대를 이어 우리 사회 부(富)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는데도, 헌법 어디에도 없는 ‘경영권’이라는 정체불명의 권리를 들이대며 자본권력을 물신화하던 법원판결 풍조에, 이번 대법원판결이 경종을 울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금수저·흙수저론이 웅변하는 재벌의 세습 특권과 무소불위 행태는 헌법에 명시된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 등의 자정능력과 의지를 잃은 병든 사회의 대표 징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는 이제 마지못해 내리는 최소한의 양형이 아닌, 적극적인 법리 적용과 해석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재벌들이 국정농단 세력과 공모해 저지른 부정한 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고, 고질적인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발판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뇌물액을 적게 산정했다는 이유로 원심(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행을 받았으나, 2018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말 구입비(34억원), 영재센터지원금(16억원) 뇌물로 인정

2심은 삼성이 낸 승마지원 대금 36억원을 뇌물로 봤지만, 말 구입비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말의 소유권이 실재로 이전되지 않았고, 영재센터 지원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결과다.

그러나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삼성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승계작업 자체와 대통령의 직무, 제공된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말 구입비(34억원)·영재센터지원금(16억원)을 뇌물로 추가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총 8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번 사건에서 뇌물 공여액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뇌물공여액이 이 부회장의 횡령액으로 인정되고,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5년이상 형을 선고해야한다는 대법원 양형규정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이어지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