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솔루션 플랫폼,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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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스마트공장 솔루션 플랫폼,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사용자 중심으로 실용성 제대로 따져야

기사입력2022-03-14 07:44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ㅣ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우리 회사에 적합한 스마트공장 솔루션 공급 회사를 하나 추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장에서 기업을 돕는 활동하다 보면 기업들이 이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주위에 아는 기업이나 해당기업의 대표를 알고 있어서 기업을 소개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요청에 바로 대응하는 대신에, 매우 신중하게 추천하는 편이다. 추천을 요청하는 기업이 믿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추천해줄 기업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지 확신이 갈 때만 추천한다. 그래서, 추천할 기업의 솔루션이 요청하는 기업에 적합한지, 기술 인력은 적절한지, 제대로 소통할 능력은 있는지, 그간 경험은 어떤지 따져 보게 된다. 적어도 그런 판단을 한 후에 해당 회사를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지식체계와 꽤 많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우선 요청 기업의 요구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먼저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능력과 지식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요청한 기업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요구에 영업사원과 같이 대응한다면 간단해진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세요. 그런 일을 다 잘 처리할 수 있으니 걱정마세요. 원래 우리회사가 그런 일을 잘 처리하거든요.”

그러나 도움을 청하는 기업에게 자문을 하는 사람은 그런 이해관계가 없기에 대응이 다르다. 냉정한 판단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솔루션 플랫폼은 현장과 밀착하고 실용성을 고려해서 구축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부가 이런 일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중기부 산하의 스마트제조혁신 추진단이 간단한 플랫폼을 만들어 공급기업들이 정보를 올려 놓게 했다. 정보가 필요한 기업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의 장 즉, 플랫폼을 만들어서 오픈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잘 쓰이는지 궁금하다.

물론 이런 플랫폼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하지만 정보가 비대칭할 수 밖에 없어 근본적인 제약이 있는 이런 플랫폼이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만일 잘 쓸 수 없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잘 쓰이길 바란다면, 현장의 속성을 모르는 행태다.

다른 일도 바쁘고 할 일도 많은데 일단 이렇게 라도 플랫폼을 열어 놓고 다음에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치자는 심산이 깔린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조금 혹평하자면 이런 일을 추진한 사람들은 현장에서 이 플랫폼을 쓰던 말던 그리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의 플랫폼은 공급기업과 수요기업간의 비즈니스 체험과 경험이 체계화돼야 한다. 이곳에 회사 정보만 올려 놓게 하면 다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하수의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당장 이 지면으로 그것을 한두 줄로 쓸 수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그런 방법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잘 연구해서 방법을 찾자는 취지일 것이다. 잘만 한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잘 찾아내 제대로 연구를 맡기고 근본 문제와 대안, 해결 방안을 잘 찾아내 제대로 실행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려감이 들기도 한다. 연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면, 연구결과는 멋진 보고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연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이론에 강하다. 이론은 꼭 필요하지만, 현장에 나가본 일도 적고 남들이 하는 말만 듣고 판단한다면 문제다. 현장은 이론과 다르다.

기업과 기업이 만나는 일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연구는 이론도 필요하지만 철처하게 현장 사용자 중심, 실용성, 실현이 될 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져 봐야 한다. 이를 알아 보고 분석하고 따질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만일 그렇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로 일을 처리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공급기업이든 수요기업이든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제2의 플랫폼이 나올 뿐이다.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