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독점 플랫폼 위험성 드러낸 ‘카카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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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시장 독점 플랫폼 위험성 드러낸 ‘카카오 사태’ 경제·사회 전반 마비…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부터 폐기하라

기사입력2022-10-18 12:09

이미현 객원 기자 (min@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미현 간사

주말 내내 카카오 서비스가 불통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T 등 각종 카카오 서비스가 멈췄다. 메시지와 자료를 주고받고, 택시를 호출하고, 결제 및 송금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이 마비된 것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 아이디에 연동돼 있는 각종 서비스 앱들이 로그인되지 않았고, ‘안전신문고’ 같은 카카오톡을 활용한 국가 서비스들도 중단됐다. 플랫폼 기업 하나로 인해 이렇게 사회경제 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대형참사였다.

카카오 측은 화재로 전원이 완전차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재도, 지진도, 침수도 이례적인 일인지는 몰라도, 대비하지 못할 유형의 사고는 아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부가통신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전, 화재, 침수, 지진, 바이러스, 해킹 등 서버가 다운되는 모든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일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다른 곳에 있는 서버가 바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원화’·‘다중화’되어 있어야 하고, 비상상황에 대응한 체계 등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카카오 공동대표가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화재 이후 카카오의 수많은 서비스들이 장시간 불통상태에 놓인 것을 봐서는 이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플랫폼 시장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도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은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로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되면서 온라인 서비스의 재난안전 대책 요구가 커졌고,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를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에까지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기는 했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와 같은 기간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라면 모를까 민간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까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업계 반발로 법 개정 시도는 무산됐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조차도 플랫폼 기업들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신의 권한과 책임 범위 내에서 수행”토록 하는 사실상의 자율적인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버 운영방식이 안정적인지, 인프라 투자와 백업 시스템 구축이 충분한 수준까지 이뤄졌는지, 비용절감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 사태’, 플랫폼 기업 하나로 인해 사회경제 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대형참사였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카카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기간통신서비스만큼이나 사회 공공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라도 카카오 불통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서비스 사업자에 준하는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이번 불통 사태를 계기로 부가통신서비스 기업들에게 서비스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도록 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 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사회 전반 마비…시장 독점 플랫폼 기업의 위험성 드러내

이렇게 대규모의 불통사태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으로 사람들이 손꼽는 대표적 원인은 바로 카카오의 시장 독점이다. 카카오톡은 거의 전국민이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택시호출 서비스는 사실상 카카오T 독점 시장이다. 카카오T가 작동을 멈추자, 택시 기사는 손님을 찾아 헤매고 손님은 오지않는 택시를 기다리는 막막한 상황이 연출됐다. 만일 경쟁할만한 택시 호출 앱이 여럿 있었다면, 한 업체의 온라인 장애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독과점 시장의 폐해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점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가 강했다. 기업이 이제 막 성장단계에 이르렀는데 독점 규제라니 성급한 것 아니냐, 혁신을 막는 조치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카오라는 특정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을 때 시장이 얼마나 위기상황에 취약한지 여실히 깨닫게 해준 것이다. 한 기업의 서비스가 마비되었다고 사회경제 전반에 대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용자 정보를 수집했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계속해왔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한 가지 서비스에 가입하면 연동돼 있는 다른 서비스로 연결되기 쉽다. 카카오톡에서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가 크다보니 시장 독과점의 위험성도 매우 크다. 그 결과 2022년 8월 기준 카카오의 소속 회사 수는 134개에 이르는데, 이는 국내 기업 중 SK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플랫폼 서비스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장되어 가는 동안 정부는 이를 견제하거나 제대로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무분별한 확장에 동조해 왔고, 결국 이러한 정부의 무책임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연히 사업자에게는 자신이 내놓는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사태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제동 없이 몸집을 키우며 각종 불공정과 독점 문제를 키워온 것을 생각하면, 이제라도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플랫폼거래공정화법과 플랫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독점규제법 등 입법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초연결 시대, 앞으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카카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미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