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식 ‘홈쿡’…업계 “모디슈머 잡아라”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나만의 방식 ‘홈쿡’…업계 “모디슈머 잡아라” 짜파구리, 편의점 조합 메뉴…MZ세대, 입맛과 취향대로 음식 재창조

기사입력2023-02-27 12:00

개성과 취향이 묻어난 ‘홈쿡’으로 SNS가 들썩이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밥을 선호하는 요즘, 가성비와 독특한 비주얼을 모두 잡은 ‘크리에이티브’한 집밥이 MZ세대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부터 오리지널 제품에 색다른 레시피를 가미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짜파구리·편의점’에서부터 시작한 모디슈머 열풍 여전

오리지널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입맛과 취향대로 음식을 재창조해 먹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합성어)는 식품업계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특히 SNS로 트렌드를 살피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디슈머들이 제품의 인기를 가르는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모디슈머 열풍을 끌어낸 원조는 ‘짜파구리’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한 공중파에서 방영한 ‘아빠! 어디가?’라는 TV 프로그램의 어린이 출연자들이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여 먹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짜파구리’라는 이름의 레시피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실제 짜파구리는 제품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쳐 방송이 나간 다음 주 판매량이 그 전주 대비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일명 ‘섞어 먹는’ 다양한 음식들을 선뵀다. 특히 편의점 제품을 활용한 음식들이 인기를 끌었다.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완성되는 간편식의 대명사 편의점 제품을 조합해 짧은 시간에 쉽고, 다채로운 밥반찬이나 술안주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트볼과 만두, 모차렐라 치즈를 이용해 단 5분 만에 완성하는 이탈리아식 만두 라비올리, 편육에 계란 물을 묻혀 부치기만 하면 되는 편육 전이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 감자 스낵에 치즈를 얹어 먹거나, 탄산수와 소주를 섞어 만든 모히토도 많은 사람이 따라 하던 인기 레시피 중 하나다.

한창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해야 했던 시기에는 SNS 열풍을 타고 ‘달고나 커피’가 인기를 끌었다. 인스턴트커피와 설탕, 물을 똑같은 비율로 넣어 꾸덕꾸덕해질 정도로 거품기로 젓는 과정은 재미와 흥미를 유발해 금방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달고나커피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더 다채로우면서도 마치 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은 비주얼을 보이는 편의점 조합 메뉴가 인기다.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된장 밥처럼 농심의 멸치칼국수 컵라면의 국물에 밥을 말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멸칼사발죽’, 하림의 컵 장인라면에 날달걀과 수프를 섞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에그쉑쉑라면’도 새로운 궁합 메뉴로 인기몰이다.

이런 조합메뉴가 인기를 끄는 데는 홈파티나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젊은 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 조합 메뉴’에 등장하는 제품들이 ‘가성비’와 ‘간편성’을 앞세운 상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더불어 음식을 먹는 행위가 친목 등을 위한 목적에서 혼자 즐기기 위한 것으로 옮겨갔고, 이왕 혼자 먹는 거라면 본인의 입맛과 취향대로 배합해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겠다는 욕구가 반영되면서 창조적인 레시피가 탄생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성공적인 레시피를 SNS로 공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변에 널리 퍼뜨리며 공유할 수 있다는 재미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오리지널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입맛과 취향대로 음식을 재창조해 먹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합성어)가 관심을 끌면서 업계는 이들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업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은 레시피를 활용하면 제품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신제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디슈머 잡아라…업계, ‘꿀조합’에 걸맞은 간편식 선봬

모디슈머가 관심을 끌면서 업계 역시 이들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디슈머의 선택을 받기 위해 ‘꿀조합’에 어울리는 제품을 선보이며 매출 효과를 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오뚜기가 지난해 선보인 ‘진라면 볶음밥’이 대표적이다. 진라면으로 만드는 컵라면 볶음밥이 SNS에서 인기를 끌자, 해당 레시피를 활용해 제품으로 만들었다. 2020년에는 ‘크림진짬뽕’을 내놨는데, 이 제품 역시 오뚜기의 스테디셀러인 ‘진짬뽕’으로 만드는 크림짬뽕이 SNS를 타고 인기를 끌면서 제품으로 출시된 것이다.

매운맛에 매료된 MZ세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제품도 있다. 팔도는 팔도만의 매운맛 레시피를 다양한 메뉴에서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틈새소스 2종’을 새로 내놨다. 제품은 ▲틈새소스 ▲틈새소스 핫소스로 구성돼 있다. 틈새소스는 매운맛과 바비큐 소스의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틈새소스 핫소스는 서양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핫소스를 모티브로 했다. 이 두 제품의 매운맛을 나타내는 지표인 스코빌 지수는 각각 6500SHU, 4500SHU다. 스코빌 지수란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해 매움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 피망이 0SHU이고, 청양고추는 4000~1만SHU다.

삼양식품은 일찍이 매운맛 돌풍의 주역인 불닭볶음면의 소스를 별도 판매하고 있다. 2017년 창립 56주년을 맞아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이 소스는 이듬해 소스를 업그레이드해 ‘불닭소스’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했다. 특히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실적으로 이어지자, 현지 맞춤형 불닭소스를 선보이며 매출 호조를 이끌어가고 있다.

음료 역시 모디슈머를 겨냥한 제품이 인기다. 샘표의 차 전문 브랜드 순작은 매일유업의 비건귀리음료 브랜드인 어메이징 오트와 손잡고 ‘순작 애플시나몬 어메이징 오트 밀크티 키트’를 출시했다. 샘표에 따르면, 순작 애플시나몬티는 설탕 대신 스테비아 잎으로 깔끔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칼로리와 카페인 걱정 없이 집에서 홈 카페 밀크티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는 커피나 차에 맛을 더하는 오트음료로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이전에도 순작 애플시나몬티는 모디슈머 레시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프랑스를 대표하는 겨울철 음료인 ‘뱅쇼’를 만들 때 시나몬 대신 활용하기 좋아 SNS에서 핫한 음료로 떠올랐던 제품이다. 또한, 순작 납작복숭아티의 경우 차나 에이드뿐 아니라 소주나 토닉워터에 우려서 즐기는 모습이 SNS를 타고 화제를 모아 출시 한 달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류를 모디파이(Modify)해 즐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GS25에 따르면, 라들러(레모네이드와 맥주를 혼합한 주류), 칵테일 주류 등 믹솔로지(mix+technology 합성어) 관련 매출은 올해 1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이에 GS25는 일본식 튀김 오마카세로 유명한 식당 쿠시마사와 함께 ‘쿠시마사원모어하이볼’과 ‘쿠시마사원모어유자소다’를 내놨다. 쿠시마사원모어하이볼은 오크, 바닐라, 캐러멜 향 등 고급 하이볼의 풍미를 살렸고, 쿠시마사원모어유자소다는 고흥산 유자 원액을 함유해 유자 본연의 상큼함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