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응이 ‘한시적’일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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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전세사기 대응이 ‘한시적’일 이유는 전혀 없다 집값폭등·갭투자 시대로 못 돌아가…지속적 피해 보호시스템 갖춰야

기사입력2024-02-20 13:5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세사기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으로 2023년 2월 피해자가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그렇다.

이미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 모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대신에, 특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이 신청을 할 경우 위원회를 열어 피해자인지 여부를 결정해주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도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이의신청을 하려 해도 사유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이뤄진 전국대책위원회가 입수한 피해자 결정문을 보면, 각 요건의 충족 또는 불충족 여부만 표시돼 있을 뿐이고, 피해자 불인정의 경우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대책위가 지난해 8월부터 피해자를 결정하는 위원회의 내부논의 기준과 회의록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회의 개최일자와 주요 안건 등만을 공개하고 피해결정을 위한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의신청마저 기각되자, 대책위는 국토부를 상대로 지난 19일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정부는 마땅히 세부기준과 지금까지의 논의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특별법 상의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대책위는 특별법 상의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될 것”과 “임대인등에 대한 수사 개시 등 임대인이 보증금 반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대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나 확인이 가능한 내용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애당초 전세사기 피해자를 너무 협소하게 잡은 것도 문제다. “다수의 임차인”과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라는 요건이 만나면, 임차인의 보증금을 대규모로 빼돌린 규모가 큰 사기사건에 한해서만 특별법으로 지원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면 규모가 작은 전세사기는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또, 다수의 임차인을 상대로 보증금을 대규모로 돌려주지 못했더라도, 사기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은 지원받지 못한다.

모호한 규정은 명확히 하고, 이 과정에서 지원대상을 과감히 넓히는 것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길이다. 여기에 더해, 한시적이란 꼬리표가 붙은 전세사기 특별법의 시한을 없애고, 피해자 지원을 시스템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애당초 전세사기 특별법은 2년간만 효력을 가지는 법으로, 2025년 여름까지만 적용될 예정이다. 전세사기가 통상 2년 계약이란 점, 앞으로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 등이 한시적 입법의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전세사기가 2021년 부동산 고점 시기와 맞물려 대규모로 발생했기에 그에 한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앞으로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는 공감하기 힘들다. 과거처럼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갭투자가 성행하는 시대가 다시 오기는 어려우며, 그와 같은 상황이 정상인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집값상승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전세사기 등에 따른 세입자 피해는 언제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 봐야 한다.

심지어 최근 매매시장의 부진과 전세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깡통전세 의심 거래의 비중이 전체 아파트 거래의 25%를 넘어섰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대응책이 한시적 조치가 아닌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진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특히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이나 LH의 전세사기 주택 매입 등은 앞으로도 지속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발빠른 보완 입법과, 정부의 피해자 지원 의지가 모두 중요한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