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세상 안경 너머 ‘가상의 정보’와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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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실제 세상 안경 너머 ‘가상의 정보’와 마주하다 골목길 주소판 CCTV에 ‘안심’…2024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수상자

기사입력2024-12-02 12:08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레티널의 노지원 IR/PR 매니저가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 태풍으로 고장 난 전신주 앞에 선 한 작업자가 눈 앞에 펼쳐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동료들에게 전송한다. 이 모든 과정은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돼 기록으로 남겨지고, AI가 중요 사항만 요약해 긴급 매뉴얼로 정리해 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언맨’의 영화 속 모습이 아니다. 우리 산업현장의 머지않은 미래 모습이다. ‘안경’ 하나 썼을 뿐인데, 작업 현장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정성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어디 이뿐일까. 차량 SW를 실제 차량과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함으로써 모빌리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도 머지않아 상용화될 예정이고,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아이디어 하나로 바꾼 사례도 있다. 어두컴컴한 골목의 CCTV 사각지대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도로명 표지판이 안전망 역할을 해주거나, 식당의 수저통이 찝찝했던 사람들을 위해 자동으로 살균해 주는 테이블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1월27일부터 4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Korea Invention Patent Exhibition 2024)에서는 이처럼 첨단기술과 아이디어가 탑재된 100여개의 제품 등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삶을 점쳐볼 수 있던 자리였다.

스마트 기술로 실제 세상에서 ‘가상의 정보’를 동시에 마주하다

겉모양은 일반 안경이지만 착용하면 스마트 세상으로 안내하는 스마트글래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의 정보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현장의 작업자에겐 두 손의 자유로움을, 산업계에는 기술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스마트글래스는 크기가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서 일반 안경처럼 편하게 착용할 수 없는 게 큰 단점이었다. 이에 스마트글래스 업계는 일반 안경과 같은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는데,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이를 해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를 위한 광학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레티널(LetinAR)은 단순하고, 가볍고, 효율적인 구조를 통해 일반 안경과 같은 편안함을 부여하는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 및 광학 모듈’ 기술로 2024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레티널의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 ©중기이코노미

이 회사의 노지원 IR/PR 매니저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세상을 보면서도 가상의 영상들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라고 부른다”며,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핀 틸트(PinTILT) 렌즈는 일반 안경처럼 작고 가벼운 증강현실 스마트글래스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핀 틸트 기술은 AR 증강현실 광학계 중에서도 새로운 구조다. 특히, 일반 안경에도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출 공법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타사의 유리 광학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 특히 125g의 가벼운 무게가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초소형 디스플레이의 이미지가 내부 거울을 통해 반사되므로 실제와 가상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합쳐져 보이는데, 3m에서 100인치 TV를 보는 것과 같은 개인형 미디오 장비로서의 역할을 문제없이 수행한다.

노 매니저는 “관광, 의료, 물류, 제조, 유통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고, 노트북에 연결해 확장 모니터로도 이용할 수 있다”며, “일단,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들이 원격으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보여주고, 음성으로 체크하면서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고, 부착된 카메라로 일인칭 관점에서 사진과 영상을 기록해 안전상 미흡한 부분을 바로 리포팅할 수 있다. 이후에 AI가 모든 것을 요약해 다음 작업 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2009년에 개발에 들어간 뒤, 2016년 법인 설립 후 프로토타입과 시제품을 거쳐 대량생산의 성과를 거둔 레티널의 이 기술은 일본의 NTT 코노큐 디바이스(NTT QONOQ Devices)를 통해 지난 10월에 첫 판매를 개시했다. 이 외에도 미국, 일본, 대만 등의 고객사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기업과도 협의 중이다. 특히, 2025년부터 레티널 고객사들이 제품을 연달아 출시할 계획에 있다고 한다.

경량화에는 성공했지만, 전력 소비 해결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레티널의 스마트글래스는 1시간30분에서 최대 3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고, 충전 케이스와 함께 사용하면 하루 최대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노 매니저는 “AR 기술은 충분한 컴퓨팅 능력을 갖춘 SOC, CPU가 탑재돼 있어야 하는 등 상당한 고난도의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특히, 하루 종일 착용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싱, 배터리 등의 제반 기술도 함께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2027년도부터 스마트글래스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그런 부분도 점차 개선되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림에이스의 설우현 책임연구원이 ECU 검증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차량에 들어 있는 다양한 조향장치를 비롯한 여러 전자부품은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자동차가 시중에 나오기 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가는지 알아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 시기가 항상 일치하지 않아 테스트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가상 ECU(전자제어장치) 검증시스템 및 오차보정 방법이다.

㈜드림에이스(DRIMAES)의 설우현 책임연구원은 중기이코노미에 “차량은 ECU라는 작은 컴퓨터들이 여러 개 들어간 콘트롤 유닛의 집합체다. 즉, 클러스터, 좌우 깜빡이 같은 조향장치 등을 개발할 때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각각 개발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테스트를 제때 못하는 이슈가 발생한다”며, “가상 ECU 및 통합 시뮬레이션 기반의 검증 및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기 하드웨어 개발 및 안정화 단계 이전에 실제 하드웨어와 매우 유사한 환경에서 SW 개발 및 검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중 이번 대회에서 특허청장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기술의 포인트는 시간을 보정해 줌으로써 검증단계에서 정확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설 책임연구원은 “특정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시뮬레이터는 동작하는 환경마다 돌아가는 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 이 점이 검증에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우리가 검증단계에서 오차 범위를 줄일 수 있도록 시간을 보정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고 했다.

즉, 하드웨어 테스트로 넘어가기 바로 전 단계에서 하드웨어 테스트에 준하는 기준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연구지원을 받아 개발 3년 차에 들어선 드림에이스는 이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상용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생과 안전을 위한 특허 기술…자동살균 테이블, 스마트 주소판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시스템을 바꿔놨다. 특히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위생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런데도 여전히 관습적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는데, 식당에 놓인 수저통이 그것이다.

루카스의 강신영 대표가 자동 살균 테이블을 보여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번 대회에서 한국특허정보원장상을 수상한 ㈜루카스(LUCAS) 강신영 대표는 “무역업을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잘 안됐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영업자들도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그래서 위기에서 기회를 찾자는 생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심했는데, 문득 식당의 수저가 눈에 들어왔다. 사회의 다른 시스템은 다 변해가는데 수저통만큼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중기이코노미에 제품 개발 계기를 설명했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저 포장지가 사용되지만, 사람이 포장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수도 있고, 수저 포장지 내부는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이 안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그는 테이블 내부에 설치된 살균 모듈로 테이블 서랍을 열고, 닫을 때마다 서랍 내부의 유해 세균과 오염된 식기를 자동으로 99.9% 살균해 주는 살균 테이블을 개발했다. 특히, 살균 중에는 블루라이트, 살균이 완료되면 그린 라이트로 표시해 살균 과정을 한눈에 보이도록 설계했다.

2023년 1월에 초기 모델을 개발해 내놨지만, 문제는 판매율이 저조하다는 데 있었다. 일반 테이블보다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강화유리 부분에 터치 기능을 탑재한 후속 모델을 개발해 내놨다.

강 대표는 “터치 기능을 넣어 키오스크 기능부터 설문조사, 게임,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기존의 테이블 오더는 음식 주문만 하고 손님들이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테이블은 수저, 티슈 등을 꺼낼 때마다 보고, 다른 부가 기능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있다. 즉, 광고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는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가정의 싱크대부터 어린이집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도 장점이다. 강 대표는 “가정에서는 레시피를 보며 요리할 수 있고, 초인종이 울릴 때 누가 왔는지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기능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응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3개월 전에 완성한 최종 모델은 이런 장점 때문에 포스코홀딩스, 아워홈 등 많은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 12월 초에는 음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고반홀딩스와 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데, MOU를 체결한 후에는 고반홀딩스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신규 오픈점에 루카스의 살균 테이블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외에도 관공서 구내식당, 건설사 등과도 협의 중이다.

으슥한 골목길의 CCTV 사각지대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스마트 주소판으로 특허청장상을 수상한 사례도 있다.

㈜서울명동시티호텔 박재훈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아직도 밤길을 다니다 보면 어둡고 위험한 골목길들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시민이 안전하게 귀가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주소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기존 도로명 주소판의 경우 훼손과 변색이 심하다. 그래서 스마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ICT 기술이 접목된 주소판을 생각해 냈다”고 개발 취지를 밝혔다.

스마트 주소판은 주소판 안에 CCTV와 각종 센서를 장착해 범죄 예방과 검거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일례로, 모션감지센서에 의해 주소판의 좌·우·하단 라이트 점등으로 골목길을 밝히고, 실시간 또는 모션감지 CCTV를 장착해 범죄 관련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며, 긴급 위험 발생 시 터치하면 119와 112에 즉시 전송이 되도록 했다.

정부 데이터를 불러와 지진, 해일, 태풍 등의 재난 정보도 송출해 준다. 또한 빙판길 낙상사고 등 인적, 물적 피해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야간에 조도 센서에 의한 주소판 점등으로 주소 식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태양광 충전으로 에너지 절감은 물론, 다채로운 색상 표출로 특성화 마을 및 깨끗한 거리 조성에도 도움을 준다.

박재훈 본부장은 “특허청에 내년 3~4월에 등록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설 정비가 안 된 지방도시에 유입되면 지역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지방 소멸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본부장은 서울명동시티호텔의 본부장이면서 호텔 용역사인 바들의 대표이기도 하다. 호텔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에도 관심이 많은데, 얼마 전에는 호텔리어들을 위한 전동카트를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또한, 세계 최초의 반영구 재사용 고양이 모래와 편리성·심미성을 살린 고양이용 모래삽을 패키지로 한 내추럴 캣스톤(Natural Catstone)으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특허정보원장상을, 지난 10월에는 독일 국제 아이디어·발명·신제품 전시회(iENA 2024)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모래삽의 경우 튼튼한 ABS 재질의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 손잡이의 미끄러짐 방지를 통해 그립감을 높였다”며, “올해 일본에 모래삽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했고, 지난주에는 고양이 모래로 제주-베트남 그랜드소싱페어를 통해 11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는 제주도 관광 특화상품으로 출시해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동시에 노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