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국회 통상특별위 구성해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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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트럼프 관세, 국회 통상특별위 구성해 대응을” 관세부과 부작용 어필하고, 미 상원의원들과 소통채널 구축해야

기사입력2025-02-06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3%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의 경우 양국 정상 간의 통화 후 최소 30일간의 보편관세 부과 조치를 유예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EU에도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등 부문별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이번 조치에 맞대응할 경우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보복 조항’까지 포함돼, 트럼프 대통령의 국익 중심 미국 우선주의 외교노선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로인해 멕시코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기업과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의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등 배터리 관련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트럼프 개인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행정부와 우호관계를 선점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통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발 글로벌 무역 질서 개편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최창환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관·윤호중·김성환 의원 등이 5일 개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글로벌 무역 전쟁의 시초 보편관세 정책 대응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최 교수는 “국회 차원에서 통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상원의원들과의 협력관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흑자 6위…관세 타깃=한국은 미국의 무역흑자 8위에서 지난해 6월 6위로 올라섰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한국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1277억 달러에 달하며 중국에 이은 한국의 제2 수출 대상국이다. 1~9월까지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멕시코 현지 공장을 통해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을 포함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은 약 222억원~448억원 감소하면서 실질 GDP도 약 0.29~0.67%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과의 협력 필요”=최 교수는 트럼프가 자랑할 수 있는 미국 내 투자확대, 고용창출, 미국산 제품 구매 등의 내용을 선제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미국 내 상원의원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지역의 상원의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지역은 ▲텍사스 주 ▲조지아 주 ▲알라바마 주 ▲인디애나 주 ▲미시건 주 등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에 450억 달러(약 65조원)의 반도체 제조 관련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조지아에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공장을 위해 55억4000만 달러를, 기아차는 조지아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에 2억 달러를 투자한다. 또, 현대차는 알라바마에 3억 달러의 전기차 라인을 투자하며, 미시간에는 테크니컬 센터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인공지능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 교수는 이들 주에는 존 코넬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9명의 상원의원이 있다며, 이들은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거나 철회될 경우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과 국회, 미국 상원의원들의 공동 세미나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의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 어필=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1기에서 고관세 정책으로 미국내 일자리가 감소한데 반해, 바이든 정부에서는 보조금을 통한 기업 투자를 이끌어 약 8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으며, 우리 기업들도 일자리 증가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 속도조절, 미국이 필요한 핵심기술인 함정 수리기술 등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나 미국내 유관 협회와의 긴밀한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관세의 궁극적인 부담 주체는 수출자가 아닌 미국 내 소비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2%대의 관세율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추진으로 10%로 상향될 경우, 소비자 가구당 1500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관세의 인상은 물가상승을 야기하고, 특히 관세가 부과된 상품을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세의 인상은 부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 미국 법적 근거 미약=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 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도 공략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관세나 세금 부과는 의회의 권한이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회 승인없이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인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에서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광범위한 경제적 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으며, 수입을 규제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또 외국 자산을 동결하고 경제 거래를 통제할 수 있다. 이와함께 미국의 무역관세법 338조 차별적 조치에 대한 보복관세, 무역법 301조 불공정 무역에 대한 보복관세 조항 또한 대통령에게 제한적으로 과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최 교수는 IEEPA에서의 비상상황에 대한 개념 정의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WTO 및 FTA 위반 우려와 관련해 EU, 일본, WTO와의 공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