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재직일수 요건 붙은 상여금도 통상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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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재직자·재직일수 요건 붙은 상여금도 통상임금 대법원 전합,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으로 ‘고정성’ 제외

기사입력2025-02-13 17:05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가 2013년 통상임금 판결을 수정했다. 2013년 당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대법 전합은 정기성과 일률성 외에 ‘고정성’이라는 요소를 통상임금 판단의 주요 개념적 징표로 삼았다. 당시 판결(선고 2012다 89399 전합 판결)에 따르면, ‘고정성’이란 임의의 날에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 조건의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이 예정되어 임금의 지급액과 지급 여부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고정성 요건에 따라 법원은 매월 혹은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모든 노동자 혹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라 하더라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지에만 지급’하거나, ‘일정한 재직일수를 충족해야 지급’하는 일명 재직일, 재직일수 요건을 정하고 있다면 ‘고정성’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재직자 요건이나 재직일수 요건은 ‘지급일 현재 재직’이나 ‘재직일수 충족’이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해 지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연장근로 등 초과근로 시점에서 지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통상의 노동자라면 재직이나 기본 근로일수 충족을 전제로 노동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정기상여금은 낮은 기본급으로 연장과 야간 등 초과근로를 많이 시키는 데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기본급에서 따로 떼어내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던 것이 관행이다. 여기에 ‘재직자 요건’을 붙여 근로일수에 비례해 지급해야 하는 정기상여금을 부당하게 지급 제한한다는 비판이 법조계와 노동계로부터 터져 나왔다. 이처럼 특정 시점에서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이른바 ‘재직 조건’과 ‘근무일수 조건’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요술방망이’가 돼 노동자의 초과근로수당의 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해 왔다.

이번 대법원 전합 판결(2024.12.19. 대법원 선고 2020다 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2023다 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재직자와 재직일수 요건이 부과된 임금이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 판단 개념에서 과감하게 제외했다.

◇사건의 경위=이번 대법 전합 판결에서 ‘고정성’이 부정된 원심은 2개다. 하나의 판결(2020다 247190)에서 피고는 생명보험사로 피고 소속회사에서 일했거나 퇴직한 원고들은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재직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로 삼아,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시간외 수당의 차액을 청구했다. 원심은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다른 하나의 판결(2023다 302838)에서는 완성차 업체에 일했던 원고들이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기준기간 중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그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주요 쟁점=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2013년 당시 대법 전합이 판결한 법리에서 통상임금의 개념 징표로 삼은 ‘고정성’이 통상임금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다.

당시 대법 전합은 판결을 통해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한지 아닌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①정기적(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되어야 함) ②일률성(모든 근로자나 일정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어야 함) ③고정성(추가적 조건의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임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사전확정 되어야 함) 의 3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를 구체적으로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직 조건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근무실적 평가를 토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는 임금은 위의 ③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직자와 재직일수 요건이 부과된 임금이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 판단 개념에서 제외했다. 이에따라 재직과 소정 근로의 범위 내 근무일수의 충족을 요건으로 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전원합의체의 판단=대법 전합은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했다. 전합이 제시한 법리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강행적 개념으로 법령의 정의에 충실해야 하고 당사자가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해석해야 한다. 이른바 ‘법령 부합성’과 ‘강행성의 원칙’이다.

전합은 그러나 이전 대법 전합이 제시한 ‘고정성’은 통상임금에 관해 정의한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제6조 제1항)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합은 “법령상 근거 없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사전확정을 의미하는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노동 현장에서 당사자가 재직조건 등과 같은 지급조건을 붙여 쉽게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결과적으로 통상임금의 강행성이 잠탈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전합은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하며 사전에 정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상임금은 실 근로와 무관하게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 범위의 소정 근로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다. 이를 도구적으로 활용해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 소정 근로를 초과하면 가산율을 정하는 개념인 만큼 통상임금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 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근거하면 근로계약상 정한 소정 근로를 통상의 노동자라면 온전히 제공할 것이므로 소정 근로 이내 일수를 정한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를 붙여 부당하게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상적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을 시간 외 수당을 낮추기 위해 임의적으로 만든 꼼수가 된다.

마지막으로 전합은 통상임금을 정한 근기법의 정책적 목표에 충실하도록 통상임금의 개념 요소를 설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을 통해 연장과 야간, 휴일근로에 가산율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이유는 시간외 근로에 대해 사업주에게 임금 지급의 부담을 가해 장시간 근로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목표 때문이다.

전합은 기존의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해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려는 근기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합은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으로 ‘고정성’을 제외하고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새롭게 정립했다. 따라서 근로계약의 당연한 전제인 재직과 소정 근로의 범위 내 근무일수의 충족을 요건으로 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다만 소정 근로를 초과하는 근무 일수나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특정한 업무성과나 평가 결과를 충족해야 하므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서 여전히 제외된다.

다만 재판부는 새로운 통상임금 개념 및 판단 법리의 소급효를 제한했다. 이 판결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는 의미다.

◇판결의 의의=근기법이 통상임금을 설정한 취지를 잘 지키는 방향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을 재정립하려 노력했다는 점과 초과 노동의 억제라는 입법 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했다는 점은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판결 법리의 적용 범위를 제한한 것은 아쉽다. 전합은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 보호에 반하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직자 요건과 재직일수 요건이 담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그동안 낮은 통상임금으로 초과수당을 적게 받아 온 노동자들의 임금청구권은 훼손돼도 좋다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