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정책 변하면, 설비투자 기업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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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IRA 정책 변하면, 설비투자 기업 손실 우려” 수혜 불확실성도 커져…“미국 정부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활동 필요”

기사입력2024-05-07 11:3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美 IRA 시행 후 1년 반 경과, 평가와 정책과제’ 보고서는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기업 및 전기차 완성차 기업의 미국 내 설비투자”와 관련해 현지진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특히 약속된 수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IRA가 세법으로 재무부 및 국세청 소관인 만큼, 주미대사관 내 상무관뿐만 아니라 국세관, 재경관 및 경제공사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 역할의 필요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IRA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미국 내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불측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실제로 IRA 관련 법이 폐기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법률이 폐기되기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고, 지역구 이해관계 등으로 법률 자체의 폐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행정부의 고유권한을 이용해 법 적용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FEOC(외국우려기업) 조건 등 행정부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와 함께 향후 미 행정부 정책당국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대상으로 정책구상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범부처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IRA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역할=보고서는 IRA가 탈탄소화 촉진 등 친환경 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일부 언론은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화를 위협하는 제로섬(zero-sum)의 결과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IRA의 여파는 미국을 넘어서 유럽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소위 프랑스판 IRA로 불리우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통해, 전기차 생산부터 운송·재활용 과정까지 발생하는 탄소량을 따져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이는 소위 환경오염이라는 ‘외부불경제’를 보조금 지급과 연결하면서 WTO 보조금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미국의 IRA는 “미국 내 생산을 보조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설정하여 WTO협정상 내국민대우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현재 WTO 상소기구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서 이를 판단할 실효적 수단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IRA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 결과 “IRA는 친환경분야 기업들의 투자·영업활동에, 특히 투자입지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아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포함한 친환경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배터리 기업 및 전기차 완성차 기업의 미국 내 설비투자와 관련해, 현지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특히 약속된 수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에 따라 한국의 다수 전기차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들은 IRA에 반응해 미국내 생산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아웃바운드 해외직접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중국은 우려국으로 지정된 결과, 보조금 수령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은 기술계약 형태로 미국 내 생산기지로 진출하거나, 소액 우회 지분투자 형태로 북미에 진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으로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동전의 양면처럼 우리나라 등 미국 내 투자국의 경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미국으로의 자본유출로 인해 경제성장이 수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는 “추후 IRA, 반도체법 등 정책변화에 따른 자본축적이 미국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각종 광물 등 공급망 확보 노력 필요=보고서는 “IRA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다양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첫 번째는 각종 광물 등 공급망 확보 노력이다.

IRA로 인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요건이 핵심광물 요건과 배터리 부품 요건이다. 둘 중 하나만 충족하는 전기차 구입 시에는 3750달러, 두 가지를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입할 때는 7500달러 상당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배터리 부품을 활용해 최종 배터리 제조는 북미지역에서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핵심광물에 대한 요건 충족 가능성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제고할 수 있다”면서, “광물 확보, 정제련 등 업스트림(upstream)에서 특정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니켈(양극재 주요 소재)과 리튬(양극재 및 음극재 주요 소재)의 확보와 관련 정제련 시설에 대한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심광물에 대한 교란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기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신규 희소금속 비축기지 설치를 위한 재원을 속도감 있게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수년간 공급망 교란 발생 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영구자석의 주요 원료인 희토류에 대한 비축일수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기차 관련 국내외 설비투자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광물 요건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사실상 미국과 IRA를 체결한 국가에서의 부가가치도 인정하는 만큼, 정책당국은 국내 투자계획이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별 진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밀착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외에 광물 채굴 및 정제련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은 “IRA 수혜대상 여부를 면밀하게 판단해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R&D 촉진도 강조했다. 국가전략기술 항목에 이미 배터리 및 전기차 분야가 포함된 만큼,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한 것처럼,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술을 구체적 기술항목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민간이 제기하는 정제련 기술을 적극 고려하고 재활용 기술을 체계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니켈, 리튬 등 소재 정제련 기술 및 최근 미국 내 충전기 확충정책에 대응해 기존 급속충전용 전력변환장치 외에 완속충전용 전력변환장치 기술도 국가전략기술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정책이 만들어졌고 기업들이 혁신활동을 통해 반응한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변함이 없는 만큼, 추후 전기차 시장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R&D 심화, 효율적 투자 등을 통해 내실을 다져갈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