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기계·자동차 업종 ‘기술유용’ 집중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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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내년에 기계·자동차 업종 ‘기술유용’ 집중 감시 전담조직 신설, 직권조사 강화…조사시효도 7년으로 연장 계획

기사입력2017-09-08 17:4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하도급 거래관계에서 기술유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기술유용 신고건수는 26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피해자 신고에 기반한 법집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공정위와 여당은 8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신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수급사업자를 위해 공정위는 매년 집중감시업종을 선정하고 직권조사에 나선다. 당장 내년에는 기계·자동차 업종을 집중감시할 계획이다. 또 기술유용 조사시효를 현행 목적물 납품후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전담조직 신설하고 집중감시업종 선정해 직권조사

이날 발표한 대책은 크게 ‘선제적 직권조사 체계구축’과 ‘시장감시 법제정립’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제적 직권조사 시행방안은 ▲전담조직 신설 ▲집중감시업종에 대한 직권조사 실시 ▲처벌 및 손해배상 강화 등이 있다. 시장감시 법제정립 시행방안으론 ▲기술자료 유출금지 ▲경영정보 요구금지 ▲원천기술 공동특허 요구금지 ▲조사시효 연장 ▲협상단계 기술유용 대응강화 ▲기술자료 범위확대가 포함됐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L사의 경우 기술유용행위 사건 신고접수 후 처리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요즘같이 트렌드 변화가 빠른 시기에 기술유용행위 사건처리가 늦어지면, 그 기술은 써먹지도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

사건처리가 늦은 이유에 대해 공정위는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부재로 진단하고, ‘기술유용사건 전담조직’과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담조직은 변리사나 기술직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기술유용 실태파악과 직권 신고사건을 전담한다. 위원회는 전기전자·기계·자동차·화학·SW 등 5개 분과별 각 5인으로 구성해 제도정책 수립시 의견수렴과 사건처리시 기술자료 유용여부에 대한 판단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공정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3.5%가 기술유출 발생시 외부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이유(복수응답)로 ‘영업비밀 입증의 어려움(77.8%)’ 또는 ‘거래관계 유지(72.3%)’를 꼽았다.

기술유출 신고에 소극적인 수급사업자를 위해 앞으로 매년 집중감시업종을 선정해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2018년 기계·자동차 업종을 시작으로 2019년 전기전자·화학, 2020년 SW 순으로 실시한다.

이밖에 현재 ▲기술자료 요구여부 ▲서면교부 여부 ▲요구한 기술자료 등을 묻는 서면실태조사를 개선해 ▲정당한 사유에 따른 요구여부 ▲유용행위 발생여부 ▲피해규모를 묻는 항목을 추가한다.

또 공정거래 협약제도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1년(우수등급) 또는 2년(최우수등급)간 면제해 주던 것에서, 기술자료 요구 유용조사는 면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협약기준도 개정한다.

이와함께 제재가 가볍고 손해배상이 낮아 신고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법위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액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액을 현행 ‘3배 이내’에서 ‘3배’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기술유용 조사시효, 목적물 납품후 3년에서 7년으로 연장

실질적인 조사방식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법 제도의 사각지대도 없앤다.

기술자료 유출유형 중에는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취득한 후, 제3자에게 유출해 경쟁을 시킴으로써 납품단가를 낮추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제3자에게 유출한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그 자료가 제3자가 유용했는지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 법위반으로 조치를 할 수 없다. 또한 기술자료 뿐만 아니라 원가내역 등 경영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1~2%의 최소한의 영업이익만을 보장하는 행위도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기술자료 요구→유출→유용’ 각 단계별로 규율하고, 경영정보 요구행위를 ‘부당한 경영간섭’의 한 유형으로 명시할 예정이다.

원사업자가 기술에 기여한 바 없이 수급사업자가 자체개발한 기술에 대해 공동특허를 요구하는 행위도 기술유용 심사지침을 개정해 불법임을 명시한다.

현재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조사시효는 목적물 납품후 3년간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소기업 A사는 대기업에 납품후 약 3년간 사후관리를 수행해 왔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무리한 성능개선을 요구해 응하지 않았다. 이후 대기업은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자체제품을 개발하고 거래를 중단했다. A사는 이를 신고했지만, 납품후 3년이 지나 구제받지 못했다. 또 B사의 경우에도 대기업에 완성품이 아닌 샘플 납품후 A사와 같은 일을 당했지만, 조사시효를 넘겨 구제받을 수 없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조사시효를 3년에서 7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목적물 납품 이전 협상단계에서도 기술유용은 발생하지만, 이는 하도급법 제외대상이어서 규제가 어렵다. 공정거래법으로 규제는 가능하지만, 동법 시행령에 기술유용이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라는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심히’로 규정된 위법성 요건을 ‘상당히’로 완화한다. 또 기술자료 범위 요건이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것으로 제한하고 있어, 요건 충족이 어렵다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합리적 노력’으로 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