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 낮아 기술보호법 실효성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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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양형기준 낮아 기술보호법 실효성 적어 기술유출 ‘혐의없음’ 78%…“가치판별 어려워 기소율 높지 않아”

기사입력2016-12-12 13:59

#1. 의정부 지방법원에 따르면 여행전문업체 A사는 제약업체나 식품업체가 전시회 등의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 항공권 및 숙소를 제공했다. A사에 약 7년동안 근무한 B씨는 이동식 메모리 디스크(USB)에 옮기는 방법으로 이들 식품·제약업체의 고객정보를 취득했다. 이후 C사에 취업한 B씨는 A사에서 가져온 1400명의 고객정보를 활용해 C사의 판매문서를 발송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영업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로 B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부과했다.

#2. 중국인 D씨는 선주 감독관으로, 계약에 따라 산업기술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가 있다. D씨는 국가에서 ‘산업기술’로 지정한 LNG 카고탱크 제조기술을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취득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D씨에게 1년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기술을 유출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과 ‘영업비밀보호법’이 있지만, 양형기준이 낮아 실효성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국내 유출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처벌수위를 높였지만 양형기준은 그대로여서 실효성을 얻기는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5년 12월에 발표한 ‘제2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2016~2018)’ 보고서를 보면, 기술유출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처리내역 중 ‘혐의없음’ 판정을 받은 경우가 78.9%다. 법원의 처분도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이 전체 35%로 1위를 기록했다. 무죄율도 14.6%로 일반사건 무죄율이 3%인 것을 감안하면 높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기술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2013년)가 1건당 16억9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처벌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규모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다.

김민승 법무법인(유한)주원 변호사는 최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술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대부분 초범이고 유출된 기술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처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기술유출 사건 자체가 다른 범죄에 비해 요건이 까다로워 기소율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현재 기술보호에 해당하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을 보면 집행유예 참작사유는 ‘주요 긍정사유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주요 긍정사유가 주요 부정사유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집행유예 참작사유 중 긍정적인 사유는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생계형 범죄 ▲진지한 반성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음 ▲피고인의 구금이 부양가족에게 과도한 곤경을 수반한 경우 등이다. 부정적인 사유는 ▲동종 전과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 ▲침해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상태에서 침해중단 요구를 받고도 침해행위를 지속한 경우 ▲반복적 또는 장기간의 범행 ▲진지한 반성 없는 경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