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긴 하는데…앞길 깜깜한 수소차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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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밀어주긴 하는데…앞길 깜깜한 수소차 대중화 정부·지자체 보조금에 세제 혜택…신기술 정부 지원 신중해야

기사입력2016-10-16 14:16

정부가 수소차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수소차란 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한 뒤 화학반응을 일으켜 모터를 구동하는 친환경차다. 온실가스 감축이 전 지구적인 과제로 떠오르며 친환경차도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차는 종류도 여러 가지다. 수소차를 비롯해 전기를 충전해 주행하는 전기차,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혼합된 하이브리드차도 있다. 현재의 대세는 전기차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만든다. 현재까지 출시된 수소차는 현대차의 투싼ix와 도요타의 미라이가 전부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주행거리다. 현재 기술로는 한번 충전하면 140km밖에 못 간다. 충전하는데도 최소 30분에서 최대 6시간까지 걸린다. 수소차는 이보다 훨씬 낫다. 3~10분이면 충전할 수 있고 한번에 415km까지 주행한다. 이렇게 장점이 뚜렷하다면 다들 수소차를 택할 것 같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만들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수소차에 쓰이는 연료전지에는 백금이 촉매로 들어가는데,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차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은 8500만원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투싼ix의 출시 가격은 1억5000만원이었다. 동급 내연기관차가 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갈일이 멀어 보인다.

친환경차를 보급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수소차 구매자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법이다. 우리정부는 수소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차 한 대당 27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년부터는 개별소비세도 400만원씩 감면해주기로 했다. 개소세 감면액은 하이브리드차가 100만원, 전기차가 200만원이다. 정부가 어디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50년에는 수소차를 700만대까지 보급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수소차 관련 회사들과 협의체도 구성했다. 이름하야 ‘수소 융합 얼라이언스’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협의체를 주관하고 현대차 등 수소차 기업과 이엠솔루션·효성 등 수소충전소 회사들이 참여 중이다. 여기 속해있는 충청남도에서는 수소차 구매자에 지자체 보조금도 1000만원씩 지급한다. 지원책은 파격적이나 효과는 미지수다. 일단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너무 제한적이다. 도요타의 미라이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현대차의 투싼ix가 유일한 선택지다. 전국에 10개 뿐인 수소차 충전소도 문제다. 충전할 곳도 없는데 보조금을 준다고 선뜻 수소차를 사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소차가 진짜 미래형자동차가 맞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수소차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든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CEO는 2014년 “수소차 개발은 헛짓거리”라고 조롱한 바 있다. 수소차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수소를 공급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머스크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연구업체 IHS도 수소차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초기에는 전기차의 성능이 수소차보다 한참 뒤떨어졌지만, 지금은 거의 따라잡아 수소차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선 수소차와 전기차 중 어느 쪽이 대세가 될지 알 수 없다. 향후 기술개발과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양립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소차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뒤처진다면 수소차에 올인한 우리정부의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 된다. 여기 투입된 국민들의 세금도 낭비다. 그러나 그 쯤 되면 정부도 바뀌고 담당자도 달라지니 책임을 물을 곳이 없어진다. 신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