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소비자 중심 경영’ 기업 될 수 없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법 위반…‘소비자 중심 경영’ 기업 될 수 없다 근로자도, 납품·협력업체 직원들도 모두 소비자다

기사입력2016-12-25 16:0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비자 중심 경영(CCM)인증’ 기업들의 명단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든 생각은 ‘어? 이 기업도 포함돼 있네?’였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기업들은 최근 갑질로 사회적 비난과 함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받아 언론에 등장했던 기업들이었다.

‘이런 기업이 CCM인증을 받을 수 있어?’라는 의문으로 한국소비자원과 공정위에 며칠동안 여러차례 물음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최근 2년 사이 CCM인증 조건인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 방문판매법, 약관법, 할부거래법 등 5가지 소비자관련법과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위반으로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물음을 던졌다. ‘이들 기업들이 어긴 법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냐, 이를 어긴 기업이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라 볼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CCM인증은 소비자불만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비자관련 5가지 법과 공정거래법 제19조가 소비자에게 중요한 법이란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공정위가 소관하는 하도급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도 중요하다. 한걸음만 더 나가 생각해보면, 기업들이 하도급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김으로써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도 소비자다.

또 한걸음만 더 나가보자. 소비자들은 기업이 물건을 팔고, 내 불만을 줄여주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 ‘이랜드 불매운동’의 경우, 어떻게 보면 나와 상관없는 근로자들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일어난 움직임이다. 이랜드가 제공하는 상품에 화가난 것이 아니다. 이랜드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화가난 것이다. 소비자도, 근로자도, 납품·협력업체 직원들도 모두 사람이다. 소비자들, 국민들의 의식은 여기까지 와 있다.

사회적 책임 수준을 넘어 시장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거래 등 관련법을 위반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에게 ‘소비자 중심 경영’ 기업 인증을 수여한 당사자가 공정위다. 국민들 눈에 보이는 ‘사람’이 공정위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보았지만 외면했던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