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창출·지속성장’ 사회적경제 기업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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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이윤창출·지속성장’ 사회적경제 기업 키워라 사회적경제 시장, 사회책임조달, 공공 우선구매, 연대고용제 필요

기사입력2017-08-16 13:4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택시협동조합은 법정관리 중인 택시회사를 인수해 2014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서울에서 71명의 조합원인 기사들이 모여 영업을 시작한 이후, 포항 경주 대구에서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말 조합원 수는 270여명에 이른다. 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의 평균 급여는 250만원 수준(일반 택시회사 평균 150만원)이며, 초과수입이 많을 경우 400만원 이상의 급여수령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반 택시회사와 비교해 이곳 기사들의 임금이 높은 이유에 대해 택시협동조합 박계동 이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일반택시회사가 매출액의 35%를 인건비로 지급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65%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예산 4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도시관리 용역을 성남시에 소재한 26개 시민기업에 맡기고 있다. 성남시 총 공공구매액의 83%에 달하며,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규모는 올해 7월기준 727명이다. 청소용역·어린이보육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사회적경제기업에 맡김으로써 중간착취를 차단하고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한 것이다. 또 성남시가 제정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용역계약 체결시 고용을 승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에서 일자리창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일자리의 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일자리는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시장에서 공급하지 않는 보건·복지·돌봄·교육·보육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사회적일자리…전체 산업대비 임금수준 낮아=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사회적경제 부문의 일자리는 매력적인 일자리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일자리는 민주적인 경영참여가 가능하고 사회보험 가입률이 일반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인 임금수준이 전체 산업대비 낮은 편이다. 능력있는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경쟁력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 모델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따라 사회적일자리를 지역의 청년과 취약계층 등이 선호하는 매력있는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사회적일자리 지원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김성기 이사장은 “매력있는 일자리란 노동의 측면에서 근로자의 보람과 비전이 충만하고 적정한 임금과 노동조건 등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이며, 기업의 측면에서는 근로자가 보유한 기술과 전문적인 경험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역량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사회적기업의 임금실태와 저임금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자료를 보면, 2014년기준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취약계층의 월임금은 117만원으로 일반계층의 164만7000원과 차이가 난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일반기업 평균임금 223만1000원이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235만3000원에 비해 한참 낮다.

협동조합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임금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의 ‘2015년 협동조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동조합 근로자 월 평균임금은 정규직 143만원, 비정규직은 98만원 수준이었다. 역시 일반기업의 평균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김신양 회장은 최근 열린 사회적경제 관련 토론회에서 “사회적경제는 나의 생계수단을 넘어 자기실현이나 사회적 유용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근로자 한사람의 생계수단으로도 부족하다. 사회적 유용성이라는 명목하에서 사명감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자기실현은 호사처럼 여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 노동생산성 낮고 임금지불 능력 취약=사회적경제 분야의 임금여건이 열악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거론된다.

우선,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의 상당수가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총 3만8146명중 61.3%인 2만3399명이 고령자·장애인·저소득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다.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보다 낮아 임금 수준도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기업 종사자 인건비의 상당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한다는 것 또한 사회적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성향이 관행화됨으로써 독자 생존력 자체가 취약해지고,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수입대비 임금지불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은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의 임금수준이 일반기업보다 평균적으로 낮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오히려 더 높고, 내부의 임금 불평등도도 매우 낮다. 이는 사회적기업이 성별구분없이, 평등한 방식으로 임금을 배분하는 동시에 저임금 근로자들에게도 근속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지속 성장 가능한 사회적경제 기업 키워야=따라서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이 있는 사회적기업을 배출해 사회적경제 기업이 근로자들과 나눌 수 있는 자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 과제다. 또 사회적경제 기업의 고용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수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적기업이 자구적으로 자원동원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 부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윤이 나면 조합원들과 그 수익을 나누거나, 해당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올려주거나 하는 분배의 원칙이 있다”며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이윤을 추구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기 이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과정에서 “정부의 사회적경제 일자리 사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단기 계약직 일자리 지원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사회적경제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회책임조달정책’,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목표비율제’ 등을 제안했다.

◇‘사회적경제 연대고용제’로 일자리 안정화=이와함께 김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근로자의 평생일자리를 보장해 일자리의 안정성과 매력도를 높이면서, 사회적경제 일자리에 능력있는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연대고용제’를 제안했다.

이는 시민경제의 모범적인 사례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그룹에서 시행중인 연대고용제도를 모델로 한다. 스페인 몬드라곤 그룹은 그룹 소속의 특정 회사가 폐업할 경우, 해당 회사의 실직근로자가 특정한 직업훈련을 이수하면, 그룹 소속의 타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다.

김 이사장은 “연대고용제가 도입되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평생 일하고 싶은 근로자는 자신이 소속된 사회적경제 기업이 폐업이나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더라도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