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후 사회문제 해결 키워드는 ‘공동체,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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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재난 후 사회문제 해결 키워드는 ‘공동체, 협업’ 중간지원조직 리더십 중요…사회적경제, ‘CS고베’로부터 배운다

기사입력2017-08-23 19:4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지역내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의 중간지원조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중간지원조직은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와 사회적경제 주체를 연결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조직을 말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중간지원조직은 공동체 내에서 협업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후지이아쓰시 일본 릿교대학교 커뮤니티복지학부 교수는 “자원봉사자에 의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됐다”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대표적인 예로 1995년 일본 고베시와 한신지역 대지진 발생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형성한 커뮤니티와 중간지원조직 ‘커뮤니티 서포트센터 고베(CS고베)’가 주목을 받는다.

후지이아쓰시 일본 릿교대학교 커뮤니티복지학부 교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3일 개최한 ‘사회적경제 한일교류세미나’에서 “1995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와 한신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6434명의 사망을 가져온 자연재난이었지만, 재난 이후로도 지속적인 사회적문제를 발생시켰다”며 “당시 자원봉사자에 의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후지이아쓰시 교수는 “협업을 만들어 내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CS고베가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지역커뮤니티를 연계해 지역사회를 위한 공동사업을 이끌어내고,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배경에는 ‘자립은 ‘서로 협력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독립된 주체들이 네트워크 내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연대경제 구축을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진 구조 이후 알코올중독 고독사 실업 생계곤란 등 발생

1995년 1월17일 새벽 고베시와 한신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7.2의 대지진은 주택 24만9180동(약 46만세대)을 붕괴시키고 6434명의 사망자를 냈다. 당시 중심시가지의 노후화된 목조주택에 살고 있던 고령자의 피해가 가장 컸다. 후지이아쓰시 교수는 이같이 특정 집단의 피해가 컸던 배경으로 고베시의 도시경영이 지역적·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하게 이뤄진 점을 꼽았다.

지진 이후 이 지역에서는 구출구조기-복구-부흥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출구조기까지는 인명을 구조하고 긴급구호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피난소에서 ‘가설주택’으로 이재민들이 이동한 이후부터는 알코올중독·고독사·실업·생계곤란 등의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일본 가설주택은 지진 등의 재해로 가옥을 상실한 사람들이 항구적인 주택을 확보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거주하기 위해 건설한 주택이다.<사진=후지이아쓰시 교수>

가설주택이란 일본 재해주조법에 따라 지진 등의 재해로 가옥을 상실한 사람들이 항구적인 주택을 확보하기까지의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거주하기 위해 건설된 주택이다. 당시 4만9681호의 가설주택이 건설돼, 3만7176세대가 그곳에서 생활했다.

가설주택은 임시거주를 위해 지어졌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마저도 주택이 무너진 세대수에 비해 가설주택 설치율은 27%에 불과해, 이재민의 요구에 양적으로도 부응하지 못했다. 또 지진 피해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설주택이 있었고, 가설주택 입주자도 추첨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피난소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도 단절됐다. 가설주택 입주자들은 고령자와 장애인이 주를 이뤘고, 개개인 또한 뿔뿔이 흩어져 임시주거지에 살게됨으로써 물적 빈곤과 동시에 커뮤니티 해체 현상이 발생했다.

후지이아쓰시 교수는 “가족을 잃어버리고, 일자리를 잃고, 돈도 없고…. 알코올의존증과 고립 속에서 240여명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고독사는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겨줬고, 그런 비극을 없애기 위해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되살리기 위해 특히 자원봉사자를 주축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돌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가설주택 단지 내 방문활동, 교류카페 구성, 의료상담, 복지상담, 홈헬프, 장보기지원, 간병, 설날 배식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간지원조직 ‘커뮤니티 서포트센터 고베’…지역 네트워크 구축

그러나 곧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되는 일자리 만들기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사업으로서 자립하고 지속성을 갖기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1997년 10월 중간지원조직인 ‘커뮤니티 서포트센터 고베(CS고베)’가 발족한다. CS고베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조사와 타운미팅 등을 통해 지역의 수요와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수요와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전국노동자공제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와야카복지재단, WAC, 생협, 지역기업, 상점가, 사회복지협의회, 지자체 등을 네트워크로 구축한 CS고베는 지역 내외부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지역중심의 네트워크형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행정기관에서는 활발하게 사업제안을 하고, 풍부한 소셜 캐피털을 조성해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을 지원했다. 2007년까지 CS고베는 120여개의 단체를 지원하고 창업으로 연계시켰다. 고베지역 가설주택 입주자들은 이를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