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개미지옥이라고?…차라리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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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비정규직 개미지옥이라고?…차라리 입 다물라 ‘세금 퍼붓기’라며 정규직화 막은 건 황교안·유승민, 극우·보수야당

기사입력2019-10-31 15:3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노동자 수는 전년 대비 86만7000명 늘어 748만1000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36.4%에 해당하는 규모로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기존 부가조사에 없던 질문이 추가돼, 기간제노동자 35만~50만이 새롭게 비정규직으로 편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해도 비정규직이 36만7000명~51만7000명 증가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용의 질 하락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반증이다.

비정규직 해소를 공약하고, 일자리 상황판까지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은 다른 긍정적인 통계가 많고, 노령인구의 급증 등 인구변화 추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런 통계조차도 처참한 노동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규직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메우고, 가구소득은 날이 갈수록 줄어, 내수 마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극복하겠다고 했지만, 출범 2년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난망한 과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비정규직 통계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대한민국이 비정규직의 개미지옥이 됐다며, 경제 살릴 생각은 않고 세금알바만 늘린 결과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고용의 양·질이 개선됐다는 대통령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소득주도성장·비정규직 제로정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자, 이를 덮기 위해 통계청장·기재부차관까지 나서 국민을 기만했다며, 이들의 해임을 요구했다.

고용의 질이 하락하고 성장이 뒷걸음치는 현실, 야당이 정부를 성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정부에만 물을 일인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을 비정규직의 개미지옥으로 만든 책임은 정부여당의 어영부영한 개혁의지 탓이 크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해소하려는 정부정책을 사사건건 막아선 극우·보수야당 책임 역시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을 온몸으로 가로막고, 정규직화 정책을 ‘세금 퍼붓기’라고 비난한 건 자유한국당 등 극우·보수야당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6개월 동안 소득주도성장과 정규직화 정책, 극우·보수야당이 한번이라도 동의하고 독려한 적이 있었나? 사정이 그럼에도 비정규직이 늘었다며,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그 책임을 다그치는 건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 소득주도성장론의 방향은 맞다. 문제는 정부가 여전히 경제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정규직화 정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극우·보수야당이 철지난 유행가를 틀어대며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극우·보수야당이 주장하는 경제정책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 주도 성장론’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과가 미미하다고 아예, 정책방향을 바꾸라는 극우·보수야당. 값싼 노동력을 불쏘시개 삼아 경제권력의 창고를 채웠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자는 소리와 다름없다. ‘비정규직의 개미지옥’이 그리 걱정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로막아서면 안된다. 오히려 느린 걸음에 채찍을 가하는 게 야당의 책무고, 정권견제 책임을 부여한 국민에 대한 도리다.

비정규직 해소 역시 여야가 머리를 맞댄다면, 정부 홀로 추진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비정규직의 개미지옥을 만든 책임은 털끝만큼도 부담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탓만 하는 극우·보수야당. 정부여당에게 예산을 주면서, 정규직화 속도를 내라고 질타할게 아니라면, 차라리 입을 다물라.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