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정치모임 놔두고 사적 모임만 제한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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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종교시설·정치모임 놔두고 사적 모임만 제한 옳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또 희생 강요한다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

기사입력2021-12-22 16:5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일, 서울 잠실의 중국 음식점 업주가 생활고를 못 이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 사흘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보도에 의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자의적으로 생을 달리한 자영업자가 24명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 정국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자영업자의 삶, 버티고 버티다가 한순간 삶의 끈을 놓아버린 죽음들, 헛헛하다.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도 별반 다를까? 턱밑을 넘어드는 생존의 위기, 영화 ‘지옥’에서 죽을 날짜를 받아놓은 군상들과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은 두려움과 체념에서 겹친다.

‘가장 긍정적인 성과는 위기 속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한 점’ ‘위기의 한복판에서 분배지표를 개선시킨 놀라운 성과’, 자영업자가 생활고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일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경제정책방향 보고’ 자리에서 재임 5년을 이렇게 자평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기록이 예상되며 수출과 무역 규모, 외국인 직접투자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고용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아무리 통계와 근거를 가진 발언이라 하더라도 자영업자나 저임금 노동자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괴리가 있어 보인다.

방역의 성과만 해도 그렇다. 세계 많은 나라들 중에서 코로나를 잘 극복한 모범국가라는 찬사가 분명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랑할 바 못된다.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반 강제적 휴업으로 이룩한 코로나 방역 성공은 정부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희생의 산물이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 유행이 커질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주문해 왔지만, 거기에 맞는 경제적 지원이나 보상에는 늘 인색했다. 이번에도 또다시 새로운 방역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방역지원금 100만원 안을 내놓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반복되는 틀린 정책이다. 100만원으로 해결될 어려움이라면 극단적 선택이 줄을 잇고, 연판장 돌리듯 거리로 나서자고 절규하지는 않는다.

영업장을 대상으로 한 사적 모임 제한과 공적 모임의 규제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 식당이나 주점과 같은 사적인 영업공간과 교회 등 종교시설, 정당의 각종 정치모임 그리고 공적인 모임들 어느 곳에 코로나 전파 위험성이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공적인 모임보다는 사적인 모임에 통제가 집중된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수백명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종교시설에서 수십명씩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거리두기는 사적 모임이 우선이다. 그 피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는 건 정해진 수순이다. 이런 구조를 당연하다는 듯 반복하는 방역 정책은 불합리하다.

코로나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방역당국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며, 주요국의 경우처럼 전면적인 봉쇄조치 없이 정부가 선방해 왔음을 안다. 그러나 종교시설의 집단감염이나 선거 후보와 운동원들의 집단행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적 모임을 통제하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안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또다시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국민소득 3만5000달러 달성, 수출과 무역에서의 성과, 외국인 직접투자 역대 최대 같은 치적은 자랑할 만하다. 그러나 아랫목만 절절 끊고 윗목에는 얼음이 어는 불평등을 두고서는 어떤 통계도 자랑거리로만 남을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