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불공정거래 해소 시발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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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납품단가연동제, 불공정거래 해소 시발점 돼야 대기업 반발로 무산됐던 연동제, 14년 만에 입법화 가능성 높아져

기사입력2022-12-07 00:00

신동화 객원 기자 (hwa@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납품단가연동제는 국회 원내 여야가 모두 입법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당론 발의도 이어졌기 때문에 남아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처리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바, 이번 내용상 보완돼야 할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몇몇 비판 지점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법 통과와 시행이 우선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국제 원자재가격은 최고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이 시점에, 겨울철이 찾아오면서 원자재 수요 증가와 가격 등귀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동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예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한 부분은 법 시행과 동시에 즉각 재논의돼야 하며 재차 개정돼야 할 사항인 것은 분명하다.

◇대기업 반발로 무산됐던 납품단가연동제=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최근과 마찬가지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 불릴 정도로 치솟던 국제 농산물가격 상승에 이어 원유가가 급등했고, 환율이 올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되던 상황이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부터 ‘원자재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발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아 결국 하청기업이 요청할 시 납품단가를 조정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으로 귀결됐다(중소기업중앙회 정책연구 자료, 김은하, 2021.3., ‘대·중소기업 거래 불공정 해결을 위한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방안’ 참고).

당시 납품단가연동제를 반대했던 재계 측은 “정부가 납품거래가격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저해하고 시장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한국경제, 2008.4.11., ‘원자재값-납품단가 연동’ 계속 진통).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적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에 납품단가연동제를 실시하면 결국 거래처를 해외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만 더한다면, 최근까지 납품단가연동제를 반대하는 전경련·대한상의 등의 주장과 똑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시기 붕괴됐던 글로벌 공급망이 예전과 동일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까지 장기화되고 있고, 전속거래구조에서 거래 단절을 우려한 하청기업의 납품단가조정 신청이 저조하면서 연동제 도입 목소리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조속한 법 통과와 시행이 우선인데, 원자재 수요 증가와 가격 등귀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동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예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한 부분은 법 시행과 동시에 즉각 재논의돼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연동제 법제화, 의미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이번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상생협력법을 살펴보면, 수·위탁 계약 시 약정서에 납품대금 연동대상 물품과 주요 원재료, 조정요건, 산식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 표준계약서 마련 및 사용 권장, 우수기업 선정·지원 등 제도 정착을 위한 정부의 정책사항이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제도안에는 미비한 부분도 많다. 우선 단가 연동조건이 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재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을 업종이 대다수라는 지적이 있다. 원·하청기업이 상호 합의할 경우나 계약기간·금액이 시행령상 하한선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법 적용 예외로 둔 점도 연동제 회피를 위해 언제든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은 입법 처리와 법 시행이 시급하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문제점은 즉각 추가입법을 통해 해소돼야 한다. 연동제 적용기준은 낮추고 예외사유의 폭은 좁혀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납품단가연동제가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되기 위한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 하도급 공사와 같이 노무비용이 높은 업종도 많고, 최근 한전의 전기료 대폭 인상으로 금형, 주조, 용접 등 뿌리 중소기업에서 원가상승 부담도 큰 상황이라고 한다(이종건, 2022.11.16.,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바람직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방안’, 제대로 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 참고).

현행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원재료비뿐만 아니라 노무비와 운임, 공과금 등 기타경비 변동도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동제 역시 이들 비용을 포함하도록 확대돼야 한다. 또한, 상생협력법뿐만 아니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도 개정해 제조·수리·건설·용역위탁 거래를 모두 아우르는 연동제가 도입돼야 한다.

◇납품단가연동제 넘어 불공정 구조 해소를=필자는 2021년초에 조선3사 하도급 갑질에 대응해오고 있는 피해하청업체 대책위로부터 조선업 불공정거래 분쟁사례를 공유받은 적이 있다. 이중 몇몇 피해하청업체는 원청으로부터 적절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에 따라 임금체불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갑(甲)이 모든 이익을 사유화하고 모든 손실을 하청(乙)으로 전가하면, 결국 갈등은 을과 을의 싸움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의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경제적으로 가장 지배적인 위치에서 가장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슈퍼 갑에게있다. 납품단가연동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단가인하(CR), 선작업 후계약과 같은 악습이 철폐돼야 한다. 원하청간 거래에서 적어도 인건비 부분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전경련은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이는 납품단가연동제 논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재벌 측의 논리였다. 하지만 거꾸로 뒤집으면 중소기업간 경쟁이 아닌 협력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공동대응이 이뤄진다면 불공정거래 문제를 상당수 해소할 방법도 있다는 말이 된다.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하고,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촉진하는 방향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