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물감의 중첩이 만드는 빛의 진동효과 나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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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유화물감의 중첩이 만드는 빛의 진동효과 나타내다 네덜란드의 ‘빛’이 있는 곳…라익스 뮤지엄(Rijks museum)㊦

기사입력2023-02-15 12:30

렘브란트의 ‘야경’이란 제목은 100여년 동안 방치된 그림의 색변형으로 인해 후대 사람들이 까맣게 변한 배경을 오해해 붙여진 제목이라고 합니다. 그가 즐겨 사용한 린시드오일(아마씨유)은 습기로 인해 짙은 갈변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배경색이 상당히 훼손된 결과입니다.

이 그림은 실제로 오랜 시간동안 엄청난 훼손을 입게 되는데, 그림이 걸려있던 장소와 맞지 않는다고 해 그림의 일부를 잘라내기도 하고, 1975년에는 한 관람객에 의해 찢기는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림 훼손을 복원하기 위해 캔버스 뒷면에 덧대기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그림의 거친 표면은 완전히 매끈해졌습니다. 복원사들의 손이 아무리 섬세하다 하더라도, 렘브란트가 남긴 거친 질감의 표현들은 야만적인 훼손 행위와 동시에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렘브란트 ‘유대인 신부’

2022년 다시 이 그림을 보러 갔을 때 여전히 복원을 위해 유리막으로 덮혀 있었는데, 유화물감을 표면에 두껍게 덧칠해서 빛의 찬란함을 나타낸 렘브란트의 붓질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렘브란트가 유화 물감을 그림 표면에 두껍고 거칠게 칠해서 빛의 반사와 함께 그림에 어떤 생동감을 주는지 볼 수 있는 작품은 ‘유대인 신부’에 남아 있습니다.

‘유대인 신부’는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19세기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 반 고흐는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해서 매일 이 그림을 보러 왔다고 합니다. 비교적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상태로 남아 있는 ‘유대인 신부’ 역시 같은 전시실에 보관돼 있는데 거칠고 두꺼운 옷소매의 질감 표현을 보면, 렘브란트가 유화 물감의 반짝이는 광택을 그림에 담아 유화 물감의 중첩이 만드는 빛의 진동효과를 그림의 효과로 나타내려 했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인간애와 존중의 마음을 담은 부부의 진실한 사랑을 표현한 ‘유대인 신부’는 말년의 외로움과 인생에 대한 렘브란트의 소회를 담은 작품일 것입니다.

라익스 뮤지엄은 네덜란드의 문화와 예술의 가장 중요한 보고입니다. 8000여 점의 그림과 세공품들, 도자기와 각종 예술품을 모아 네덜란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미술관을 들어가는 거대한 입구는 고딕 성당의 현관을 들어서는 듯한 궁륭형 천장이며, 거리의 뮤지션들의 버스킹으로 늘 음악이 흐릅니다. 거대한 미술관을 겨우 서너 시간 동안 관람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미술관 내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카푸치노 한잔에 에너지를 얻습니다.

인상 깊은 또 다른 작품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얀 베르메르)의 그림들입니다. 유화를 그리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우유 따르는 여인’은 네덜란드 거리에서 민병대 행진을 구경하고 마침내 네덜란드의 따뜻한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 평온한 가정의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유화를 처음 배울 때 그렸던 첫 그림이라 더욱 반갑고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얀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하얀 두건을 쓰고 노란옷의 소매를 걷어붙인 여인이 바구니에 빵을 담고 우유를 따르며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창문에 스며드는 북유럽의 차가운 아침빛은 희미하지만 강렬하게 여인의 이마와 두건을 쓰다듬고 노란옷의 촉감을 전해주며 델프트의 도자기, 탁자에 내려앉습니다. 이탈리아의 강렬한 아침빛과는 다른 북유럽 특유의 차분한 빛은 아침을 맞는 한 여인의 마음에도 고요함을 전해주는 듯합니다.

네덜란드의 명작 앞에는 사람들이 늘 북적여서 오래 볼 수 없었지만, 렘브란트가 화면에 창조한 빛은 미술관 전체를 비추는 듯 강렬했습니다. 그 빛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듯 북유럽의 느리고 고요한 아침 햇살로 시선을 옮기면, 네덜란드의 소박한 일상을 그림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네덜란드로의 미술여행은 현실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과 감성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전해 주는 시간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