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아닌 원재료 포함…부가가치로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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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국내산 아닌 원재료 포함…부가가치로 입증 FTA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 ⑤부가가치기준 공제법 활용

기사입력2016-03-03 00:00

E기업은 디지털카메라와 의료기기 등의 연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제품은 개발했지만 제조시설이 없어, 협력업체에 설계도면을 제공하고 제조를 의뢰해 필요한 부분품을 공급받는 OEM 형태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정교하게 조립돼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의 특성상 최종 조립은 본사에서 수작업으로 직접 수행해왔다. 한·미FTA 협정세율은 0%인 품목이다. 하지만 미국관세국경보호청(CBP)으로부터 CBP Form 28(정보제공요청서)를 받게 된다. E기업은 제품의 제조자를 협력업체로 명시해놨기 때문에 원산지증명서와 같은 관련 서류를 요구받은 것이다.

그러나 협력업체는 부분품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원재료는 구매해 사용하고, 플라스틱 제품만을 만드는 소규모 기업이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E기업은 관련 서류를 확보하지 못했고, 원재료를 역내산으로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는 부가가치기준의 공제법을 사용해,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E기업은 영세한 협력업체 대신 ▲직접 설계도면을 공급해 원하는 사양대로 부품을 만들게 했다는 점 ▲E사가 직접 최종 조립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완제품에 대한 실제 제조자를 자사로 변경하고, 국내산인지 확인할 수 없는 원재료 대신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입증해 성공적으로 사후검증을 마쳤다.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혜세율을 받고자 하는 상품이 FTA체결 해당국 내에서 재배·가공·조립 등 모든 생산과정이 완전히 이뤄져 그 국가를 원산지로 판단하는 완전생산기준이 그중 하나다. 또 외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FTA체결국가에서 가공하는 경우처럼 2개국 이상에 걸쳐 변형이 일어났을 때, 어느 국가를 원산지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실질적 변형기준이다. 실질적 변형기준에는 세번변경기준과 부가가치기준(RVC), 가공공정기준(SP)이 있다.

세번변경기준은 비역내산 원재료의 세번이 제조·가공으로 HS Code가 일정단위 이상 변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변형됐다고 판단해 역내산 제품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앞서 소개했던 사례들은 모두 세번변경기준을 활용해 관세혜택을 받은 경우다.

부가가치기준은 물품의 제조공정 중에서 역내의 인건비, 이윤, 국내 운송비 등 부가가치의 비율이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국내산 제품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부가가치기준을 계산하는 방법은 집적법(BU:build-up method)과 공제법(BD:build-down method) 그리고 순원가법이 있다.

집적법은 역내산재료비를 FOB기준 판매가로 나눈 비율을 기준으로, 공제법은 FOB기준 판매가에서 비역내산 재료비를 뺀 값을 다시 FOB기준 판매가로 나눈 비율을 기준으로 한다. 공제법은 원산지 재료의 비중이 낮고, 가공비 비율이 높은 경우에 적용하면 유리하다. 한·미FTA의 경우 제품에 따라 30~55%의 이상의 역내가치를 포함해야 역내산 제품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순원가법의 경우 공제법과 비슷하지만 공제법은 상품가격을 수출국에서 출발할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순원가법은 그 가격에서 판매비용 등 일정비용을 제외한 순원가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세번변경기준 안될 땐 부가가치기준 활용

E기업의 담당자는 원산지결정기준 해당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자재명세서(BOM)를 검토하던 중 완제품인 제9002.11호에 제9001호의 원재료가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제9002호의 경우 한·미FTA협정의 원산지결정기준에 따라 세번변경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제9001호의 것은 제외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원재료로 사용되는 9001호의 물품은 반드시 역내산을 사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E기업이 사용한 제9001호의 원재료는 수입품이었고, 세번변경기준은 사용할 수 없게 돼 부가가치기준을 활용, 관세혜택을 받아야 한다.

E기업은 하청업체로부터 원산지 증빙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역내산의 재료비를 사용해 부가가치기준을 판단하는 집적법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역내가치가 포함된 판매가격에서 비역내산 재료비를 빼는 공제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제조자진술서 등 역내산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가진 원재료는 없지만, 공제법을 이용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기업은 자사 제품이 원재료의 단가는 높은 편은 아니지만, 완제품 가격은 꽤 비싸게 측정돼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역내에서 부가가치가 발생된 것을 집중적으로 증명하면 충분히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해당제품의 경우 45%이상의 역내부가가치가 발생하면 역내산으로 인정되는 제품이다.

이에따라 CBP가 요청한 소명자료를 작성할 때 우선 수출품의 기능과 용도에 대해 설명하고, 최종 공정은 본사에서 직접 전문가들이 조립해 완성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역내에서 창출된 인건비·이윤 등의 부가가치 비율이 높다는 설명을 상세히 기록했다. 또 부가가치기준 충족방법에 대해서는 원재료와 완제품의 금액을 공제법 산식에 대입해 계산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 결과 E기업 해당 품목의 역내가치포함 비율은 80%를 넘길 수 있었고, CBP로부터 원산지결정기준에 충족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