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문가 양성, 한류와 융합…할랄산업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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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문화전문가 양성, 한류와 융합…할랄산업 키워야” 인증은 만능열쇠 아니야, 문화 이해 필수…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김정명 교수

기사입력2016-10-25 15:11

정부가 지난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할랄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할랄산업 육성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화 함으로써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정부는 할랄식품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가이드라인(KS규격)을 제정했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국내에도 할랄제품 유통이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할랄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인증은 만능열쇠 아니야…문화에 대한 이해 필수

명지대학교 아랍지역학과 김정명 교수. ©중기이코노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김정명 교수는 할랄산업은 잠재력이 있는 거대한 시장임에는 틀림없으나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무턱대고 인증만 받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HACCP과 같은 여러 가지 인증이 필요하듯 할랄도 이슬람권에 진입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 정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류로 중동 내 한국과 한국산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중동에 주로 내놓는 품목은 건설, 플랜트 등으로 한정돼있습니다. 수출을 다변화하고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생활용품과 같은 소비재를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랄은 생활양식, 소비재와 밀접하게 관련돼있습니다. 먹거리, 화장품, 의약품 등 모든 게 할랄과 연관이 있습니다. 굉장히 잠재력이 큰 시장이죠. 그렇지만 할랄인증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단순한 스펙에 불과합니다”

김 교수는 한국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할랄인증이 이슬람진입을 조금 더 쉽게 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더불어 인증보다 중요한 것은 인증을 받은 후 어떻게 제품을 홍보·마케팅하고 판매까지 이어지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라 전했다.

예컨대 화장품의 경우 무슬림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이 어떤 것인지, 어떤 화장법이 유행하고 있는지 등 시장에 대한 선행조사가 있어야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식품의 경우 식료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라마단’ 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행하는 약 한 달가량의 금식기간을 말한다. 해가 뜨면 금식을 하고, 해가 지고 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단축근무를 하며 단식으로 인한 피로로 업무 효율성이 매우 떨어져 비즈니스 비수기로 알려져 있지만 일몰 후에는 이웃과 이웃이 함께 새벽까지 식사를 하며 축제분위기를 만끽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식품과 관련한 대부분의 신제품 프로모션은 이때 이뤄진다. 무슬림의 다양한 생활관습,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

라마단 특수를 맞은 오만의 쇼핑몰 전경.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대부분의 의류 및 가구 매장에서는 25~75% 할인을 진행하며 이외에도 할인, 사은품 증정 등 다양한 행사와 홍보 등을 개최한다.<사진=코트라>

김 교수는 정부차원에서 할랄인증보다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을 장기적으로 배출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할랄을 위한 정부지원은 인증획득을 위한 보조금에 집중돼있다. 최근 대체원료개발과 같은 R&D의 투자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현재 할랄 교육프로그램이 기업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란어, 아랍어 등 이슬람권 언어를 공부한 학생들을 문화전문가로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산학이 체계적으로 연계해 다양화·전문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할랄에 한류를 더해 한국고유의 할랄제품을 개발해라

김정명 교수는 국내 제품에 대해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할랄인증이 이슬람 진입을 조금 더 쉽게 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증을 받은 후 어떻게 제품을 홍보·마케팅하고 판매까지 이어지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라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 김교수는 할랄에 한류를 더해 한국고유의 할랄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올해 초 아부다비에서 열린 Kcon을 예로 들었다. 베일 쓴 여성들이 아이돌그룹을 보기위해 장사진을 쳤고, 고소득층이 많다보니 가장 비싼 티켓부터 먼저 매진됐다. 한류가 실제 무슬림에게 호응을 얻고 있으며 고부가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낸 사례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의 품목의 경우 ‘메이드인 코리아’의 인지도는 이미 높은 상황이고, 이외 한국의 먹거리, 화장품 등에 한류를 덧붙일 수 있다면 무슬림에게 훨씬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김 교수의 제언이다. 김 교수가 꼽는 유망분야는 화장품이다. 전세계에서 케이뷰티(K-beauty)가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무슬림에도 한국 화장품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할랄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슬람권과 교역을 늘리자고 했을 때 IS와 같은 불법단체와 교역 늘리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IS는 이슬람권 내에서도 굉장히 비판을 많이 받고 있어요. UAE,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정부, 그리고 정부에서 인정하고 있는 여러 공공기관과 공신력있는 민간기업과 교역을 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할 때도 그들의 문화코드에 맞는 시장전략을 펼치고 그들이 요구하는 인증을 받잖아요. 할랄도 수출시장을 다변화한다라는 연장선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