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지원, 착취적 원하청구조 개선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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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수소차 지원, 착취적 원하청구조 개선 선행돼야 현대차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위해 국민혈세 사용할 수 없다

기사입력2018-10-15 21:04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수소차에 대해 지원하고 있고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기업이니 계속적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파리 중심가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출한 ‘넥쏘’ 수소 전기차를 탑승한 뒤 알마 광장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에 도착했다.<사진=뉴시스/청와대 제공>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파리 현지에서 현대자동차가 수출한 수소전기차 넥쏘에 직접 탑승했던 자리에서 정진행 현대차 사장에게 한 말이다. 유럽 5개국 순방에 앞서 공지된 공식일정에 없었던 깜짝 이벤트를 연출하면서까지, 대통령 스스로가 현대차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중 하나인 현대차를 상대로 한 의례적인 덕담이라기엔 대통령이란 자리가 갖는 무게가 너무 중하다.

앞서 정부는 4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5대)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프로젝트 지원방안’을 의결하고, 현대차의 미래차 관련프로젝트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에따르면 미래차 전문인력 양성을 포함 관련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생산, 초기시장 창출에서 육성까지 전과정을 정부가 지원한다. 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미래차를 직접 구매 또는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2022년까지 미래차시장을 지금보다 5배이상 키우고, 충전소 등 미래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규제도 완화한다. 정부가 이날 밝힌 미래차 프로젝트 지원예산(2019년 말기준)은 1조원이 채안되지만, 프로젝트 완료시점인 2022년까지 수조원이상 투입될 것임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고용쇼크’라는 보수·극우 집단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일자리대책 일환이라고 이해한다. 재벌대기업을 독려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절박한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나갔다. 정몽구 회장을 포함 현대차 총수일가를 상대로 짚어야 할 대목은 빼고, 덕담만을 부각하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혹여 현대차 총수일가 또 산업정책을 입안·집행하는 관료사회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오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기업이니 계속해서 잘 나갔으면 좋겠다”, 대통령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양식있는 시민 모두가 가진 공통의 바람이다. 이같은 희망의 밑바탕에 깔린 전제는 비정상적인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현대차의 비정상적인 순환출자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현대차가 도요타를 넘어 글로벌기업 톱이 된다해도 대·중소기업간 극단적인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이다. 또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수직종속 계열화된 한국자동차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정씨일가가 현대차 성장에 따른 수혜를 독점하는 불공정한 구조만 더욱 고착화할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현대차의 지위는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공장 단위 그 이상이다. 현대차는 그 자체가 사실상 한국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전부다. 2018년 8월7일 현재, 현대차의 순환출자구조는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88%→기아차가 현대제철 지분 17.27%→현대제철이 현대모비스 지분 5.66%→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1.43%을 보유해, 이들 4개사가 상호 출자하고 지배하는 형태다. 여기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개인지분과 함께 정의선 부회장이 23.29%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더해지면서 정씨일가의 ‘현대·기아차 왕국’이 완성됐다.

강판제조(현대제철)에서 핵심 부품공장(현대모비스), 생산공장(현대·기아차) 그리고 배송(현대글로비스)까지 현대차그룹은 한국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처음과 끝 모두를 사실상 독점했다. 자동차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했다는 의미는 원재료공급·부품생산·조립공정·배송과정 등 모든 단계에서 내부거래가 가능하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아울러 시장독점에 따른 독점적 추가이윤 역시 보장받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부거래와 독점적 추가이윤을 확보했기에,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의 일감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 몰아줄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정몽구 회장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재산과 함께 경영권까지 세습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현대차 회장이란 이유만으로, 그 자식이 내부거래란 부당한 편법을 통해 재산을 상속받는 관행화된 폐단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법이 정한 상속세를 내지 않고, 정의선 부회장이 쌓은 재산과 그가 ‘소유’한 기업은 다른 이들이 가져야 할 몫을 가로챈 결과물이다. 현대모비스로 인해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정당하게 경쟁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현대글로비스 때문에 자동차 배송시장 참여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한 중견기업 또한 피해자다. 정몽구 회장 말 한마디에 전 대통령 이명박이 자동차 부품사 다스를 설립, 연매출 1조원이상 올린다는 사실은 한국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비정상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자동차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복원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현대차는 자신이 가진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독점적 수요자의 지위를 포기하고, 다양한 층위 기업이 경쟁하는 부품 공급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글로비스와 내부거래를 축소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배송단가를 낮추거나, 새로운 공급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쟁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현대차 총수일가가 독점한 자동차시장을 개방, 현대차가 성장하면 보다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그 과실을 취할 수 있는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현대차가 당면한 최대 숙원중 하나인 순환출자고리 해소는 정씨일가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닌 한국자동차산업 발전이란 전망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차의 미래차 관련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은 정부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사업이다. 국민혈세를 들여 현대차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수직종속, 수탈적이기까지 한 원하청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자신의 세금을 사용한다는데 동의할 국민은 없다. ‘공정경제’를 표방했고, 역대 어떤 정권보다도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준게 문재인 정부다. 현대차가 먼저 불공정한 하도급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현대차의 미래차 관련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지원이 명분도 함께 정당성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