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입법과제가 ‘후순위’ 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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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민생’ 입법과제가 ‘후순위’ 이어서는 안 된다 이념과 진영 초월한 문제…공정성장 위해 불공정성 제거를

기사입력2025-02-01 00:00

이연주 객원 기자 (yologolo@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

지난 1월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위기와 혼란을 극복하고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실상 그간 민주당 강령으로 추진해온 ‘기본사회 실현’ 기조를 번복하고,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현장에서 한 기자가 “불과 5개월 전인 작년 8월 민주당 강령에 기본사회 실현이 명시되어 있는데 정치인으로서 철학을 너무 빨리 바꾸는게 아닌지”라며 기본소득 기조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재명 대표는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보다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달 사이 달라진 거대야당의 정책기조

민생입법 과제 이대로 괜찮은가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월19일 ‘민생경제회복단’을 출범해 민생 안전과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생경제회복단에서 발표한 10대 입법과제에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온라인플랫폼법 ▲가맹사업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 ‘갑을 관계에서 을에 대한 권리 및 협상권 강화’, ‘독과점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 규제’ 등 민생에 주요한 과제들이 포함돼 있었다.

초기 대선주자로서 이재명 당대표가 발표한 ‘친기업’ 전략은 다소 당혹스럽다. 이대표는 해당 발표에서 ▲첨단 분야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기업 활동 장애 최소화, ▲K 디스카운트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 ▲투명하고 신뢰 가능한 선진시스템을 갖춘 자본시장 전진화, ▲혁신적인 기업에 국민이 믿고 투자하는 사회, ▲효율적 경영을 방해하는 비정상적인 지배 경영구조 혁신 및 뚜렷한 경제산업 비전 제시, ▲AI를 위한 반도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등 미래먹거리 산업 지원을 앞세웠다.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 및 지원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민생파탄 사태 수습을 위한 민생입법안 발표 이후,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 와중에 한 달여 만에 새로운 기조의 기업주도 성장 지원방침을 내놓은 점은 우려스럽다.

과거에도 민생은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문제

이제 와서 민생입법의 필요성은 달라지지 않아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하에서 민생경제를 앞세워 소상공인,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권리를 위해 민생입법을 추진해왔다. 특히 독과점 플랫폼 기업의 입점업체 갑질 문제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는 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와 같은 독점 기업을 항의방문하고 상생협의를 추진하는 등 독점 플랫폼 기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2대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및 거래 공정화법과 관련해 총 17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며 그중 14개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이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무위원회에서 입법공청회 이후에 입법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문제를 입법으로 규율하지 않으면 신생 혁신기업 출현과 성장 또한 요원하다. ‘공정성장 위해서는 불공정성을 제거해야 마땅하다’는 민생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에 지난 1월16일, 중소상인 소상공인·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앞에서 ‘자영업자들의 12월이 사라졌다’며, 국회에 민생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 패스트트랙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2월3일, 윤석열의 위헌계엄 선포로 잔뜩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연말·연초 대목을 놓치고, 결국 대출을 받아 상가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60 자영업자들의 채무는 700조원이 넘었으며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다중채무자다.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빚더미에 깔려 추가대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장사가 어려우니, 생계가 아니라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인 것이다.

자영업자, 노동자, 시민사회단체의 ‘온라인 플랫폼법’에 대한 요구는 절실하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기업 경쟁 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하면서 수수료 갑질과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등 각종 불공정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공정성장 위해서는 불공정성을 제거해야 마땅하다’

민생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문제를 입법으로 규율하지 않으면 신생 혁신기업 출현과 성장 또한 요원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에 자사우대와 타사배제 행위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지 3년 만에 각각 271억, 151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제재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 ‘마카롱’, ‘타다’와 같은 경쟁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호출업계 94% 가량을 독점하고 있다. 쿠팡 또한 2022년 참여연대의 신고로 ‘PB상품 리뷰 및 검색 알고리즘 조작’ 조사에 착수해 2년 뒤인 2024년,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첫 심의 시점인 6월 과징금은 약 1400억원이었지만, 심의 종료시점까지 해당 행위를 시정하지 않아 매출액이 추가돼 1600억원 대에 달한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쿠팡 모두 공정위 과징금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쿠팡의 사례는 불공정행위가 단순히 소상공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정위의 시장조사부터 과징금 처분까지 걸리는 조사기간이 긴 탓에,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는 시장독점을 위한 ‘투자’ 즘으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상인,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수수료 갑질, 최혜대우 요구 등 생계 운영에서 어려움을 빚을뿐만 아니라 플랫폼 이용요금 인상으로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이재명 당대표가 이야기하는 ‘성장의 기회도 그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적 성장의 길이라면, 온라인플랫폼법과 같은 민생입법이 뒤순위가 되어선 안된다. 소수 거대 독점기업의 불공정 규제가 플랫폼 생태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모든 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부디 이재명 당대표의 기업성장주도 노선이 기존에 추진하던 민생입법과 닿아있는 결이길 바라며, 지금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