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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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반도체 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 절박한 그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기사입력2018-12-19 17: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장에서 한 발언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렸다.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며 한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 발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반도체 한 품목에 휘청거려야 하다니. 물론 반도체 대기업에서부터 협력업체 그리고 주변 산업까지, 반도체 산업은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반도체 한 종목에 휘둘릴 정도라면, 우리 산업구조가 얼마나 비대칭적인가.

반도체의 위력도 대단이지만, 소상공인을 담당 취재해 온 입장에서 소상공인의 절박함이 더 현실에 와 닿는다. 소상공인은 흔히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한다. 그만큼 전국에 광범위하게 포진해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각각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묶어 실핏줄이라고 한다. 반면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 코어로 인정받으며 대기업 중심으로 생산해 온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은 심장이나 위, 허파 등 자신만의 명확한 호칭을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실핏줄 한두 곳이 터진다고 곧바로 심각한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도 실핏줄은 검사 항목에서 제외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심장이나 위, 허파는 상황이 다르다. 국가가 지원하는 각종 보험과 관리 정책 등이 줄을 잇는다.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임이 틀림없다. 이는 소상공인 당사자가 절규하듯 하는 말이 아니라 어느 전문가나 정치권, 정부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경제정책은 늘 ‘부족분’이 발생한다.

더 답답한 것은 부족분에 대한 무관심이다. 으레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는 소상공인이 자신들만 위한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식의 기사를 내놓기도 한다.

한국은행 총장이 한번쯤 소상공인의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심각해진다고 진단한다면 어떨까. 소설을 한번 써볼까. 받아쓰기를 잘하는 일부 신문은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 적을 것이다. 조금의 취재 의지가 있는 언론사는 소상공인 입장이나 현실을 보충할 것이며, 제대로 된 신문이라면 소상공인의 현실 진단 기사도 정성스럽게 올릴 것이다. 기사 내용이나 노력 경중을 떠나 이를 계기로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소비자의 관심은 소상공인에게 격려로 전해질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고 하지 않았나.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소상공인 사정을 감안하면, 이에 맞춤형 정책을 내놓는 것은 최고 전략가로 익히 알려진 제갈공명이나 사마의의 능력을 합쳐도 쉽지 않다. ‘자력갱생’이란 말도 있다. 자기 스스로 힘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자신의 힘으로 생존을 추구해야 한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대를 이어 운영해오던 업체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주인이며, 운영자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자력갱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한다면 사회적 관심과 격려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해 어떤 이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며 추천했지만, 당시 힘든 시절을 되뇌어야 하는 고민 때문에 관람을 미루고 있다. 그 시절 5명의 자녀를 둔 50대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발생한 줄도산의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가족이 겪어야 할 힘겨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후 국가 차원에서 아니 세계은행 자원으로 기업에 호흡기를 달았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자생력을 찾아 가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은 그 긴 세월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만 가지고 견뎌왔다. 당시 국민들이 금모으기에 동참한 애국심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관심 모으기, 물품 애용하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