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하다”면서 여전히 진실 은폐하는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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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송구하다”면서 여전히 진실 은폐하는 이재용 국정농단과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한 몸통이고 현재진행형이다

기사입력2019-08-29 18:09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심이 무죄로 본 부분을 파기하고, 뇌물공여액수를 추가한 판결을 29일 내렸다. 사진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삼성전자가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반성’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는데, 단어와 표현에 연연하지 않고 선의로 해석해도 짚어야 할 부분이 많다.

삼성전자는 2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유착’이란 명시적 표현을 쓰지 않고 모호하게 넘어간 것은 둘째 치고라도, “과거”의 문제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정경유착을 통한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시도는 한 몸통이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권’ 승계를 목적으로 진행된 범죄행위 중 일부에 대한 단죄일 뿐이다. 여기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노후자금까지 동원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역시, 이 부회장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죗값을 치러야 할 문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 이후 재판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차라리 정경유착에 대해 솔직히 반성하고 진실을 고백하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결과에 더 긍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정농단의 한 축을 이룬 전경련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는데, 마찬가지로 정경유착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다.

전경련은 배상근 전무 명의로 낸 논평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경제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향후 사법부는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고려사항을 짚어줄 정도로 디테일한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정경유착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는 전경련 해체가 거론됐고, 결국 4대 재벌 계열사가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對국민 사과와 함께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경련이 과거와 다르다는 얘기를 누구에게도 들어본 바 없다.

정경유착에 대한 반성과 혁신없이 전경련이 경제단체 중 하나로 위상을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선고라는 좋은 기회를 놓친 전경련이, 언제 다시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