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방소멸…‘공공·맞춤’ 전략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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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인구감소·지방소멸…‘공공·맞춤’ 전략이 필요 인구변화 수용하고, 인구성장기 지역발전 전략 전환 불가피

기사입력2022-08-24 11:5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0년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이처럼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되고, 지역소멸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과거 인구성장기를 전제로 한 지역발전 전략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을 위한 새로운 인구흐름 촉진 등 적극적인 전략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전달체계 변화, 맞춤형 생활공간 조성 등 인구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과 충남연구원이 23일 공동 개최한 ‘지방소멸 현실화, 당면과제와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지방인구의 위기와 미래 전략’이라는 발제를 통해, “데드크로스의 지역별 원인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산업·관광도시 등 주력 산업의 쇠퇴로 인한 인구감소, 대도시내 쇠퇴지역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한번 데드크로스 된 지역은 다시 골든크로스로 되돌아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연구위원은 인구감소의 위기적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 지역발전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구감소에 대한 적응은 소극적 측면에서의 단순한 적응 관점이 아니라 지역의 인구가 살아갈 수 있는 근원적인 플랫폼을 형성한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 한계 드러나=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소멸위험 지역은 113곳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49.6%를 차지한다. 2046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37.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연금과 건강보험 고갈 등 사회전체의 성장동력이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 인구 이동을 보면, 2012년 이전까지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다가 2012년 이후 인구집중이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7년 이후 조선, 자동차 등 지방산업도시의 위기로 지방인구가 재유출 되면서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다시 나타났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공공기관 이전, 대도시 중심의 메가시티 등이 추진돼 왔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예상된 기대치보다 효과가 크지 못했고, 이전된 공공기관 중심으로 개발된 지역으로 구도심 사람들이 이전해 와 구도심에는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메가시티 전략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으로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공가능성이 유동적이라는 것이 민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민 연구위원은 인구정책은 양(量)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구의 규모나 구조 등 인구변화에 따른 적절한 사회경제시스템을 갖추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인구감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수이므로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 적응전략과 인구감소 추세 완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구 유인을 위한 특성화 지역 발굴=이탈리아 중부의 아르부초 지역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5~34세 인구가 6만명이 감소한 쇠퇴지역이다.

이탈리아는 이 지역에 공공기금으로 GGSI(Gran Saso Science Institute)를 설립하고, 자연과학 분야와 입자 물리학 분야의 세계 최고 연구소를 통해 이탈리아 및 해외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유인했다. 학생들의 유인은 이 지역 경제활동을 증가시켰고, 새로운 스타트업과 스핀오프 기업을 탄생시켰다.

일본 정부는 문부과학성 주관하에 전국 지자체의 미활용 폐교시설 정보를 집약해 공표하고, 학교시설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민간기업·NPO법인·사회복지기관·의료법인 등에 폐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교는 지역사회 아동·고령자 등을 위한 복지시설, 체육학습시설, 대학·전문학교와 연계한 교육시설, 예술활동 거점 등의 문화시설, 숙박시설, 특산품판매·가공시설, 오피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방을 인구 문제 해결 열쇠로 인식=민 연구위원은 지방을 인구 문제의 원인이 아닌 문제해결의 열쇠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지역의 인구변화와 지역 여건을 파악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미래 전략을 설계하고, 중앙정부는 지역정부가 미래 전략 수행을 위한 패키지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부처 간의 칸막이를 배제하고 협력적·통합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인구의 자연증감, 사회증감 등 다양한 문제점과 정책대안을 파악해 중앙과 지방의 적절한 역할 배분이 필요한 것이다.

또 디지털전환, 불평등심화, 분권화, 기후변화 등의 메가 트렌드 속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지역발전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미래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략으로는 ▲지방중소도시와 주변지역 간 연계협력 발전체제 구축 ▲구도심 쇠퇴 극복과 신성장동력 확보, 특화발전을 견인할 거점 조성 ▲문화, 관광 등을 연계한 강소도시권 육성 ▲스마트 팜 등 농촌 일자리 창출 ▲지역패키지형 생활서비스 지원과 삶의 질 향상 ▲커뮤니티 기반의 생활서비스 공급, 생활 인프라의 지역 간 공동 이용 및 복합화 ▲빅데이터 기반 생활 SOC 및 서비스 수준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