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로 독과점 대기업 초과이윤 환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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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횡재세’로 독과점 대기업 초과이윤 환수해야 기업 노력보다는 코로나·전쟁 등 비정상적 외부요인으로 이익 발생

기사입력2022-11-11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10일 한국형 횡재세법 쟁점과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용혜인 의원실> ©중기이코노미

양극화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점지위를 이용해 초과이윤을 거두고 있기에, 일부 독점기업에 대해 초과이윤세 또는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론화하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횡재세는 극단적인 시장 변동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독과점 기업의 횡재이윤이 커지면 그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손해이므로 분배적 영향이 분명히 있고 이를 횡재세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10일 개최한 ‘한국형 횡재세법 쟁점과 입법과제 토론회’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시기 초과이윤 통제와 횡재세 도입 필요성’이라는 발제를 통해서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한국이나 미국만의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나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도한 재정부양과 같은 총수요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반박했다. 그 주장대로라면, 실업률이 최근들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떨어진 나라일수록 인플레이션도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올라야 했으나, 국가별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실업률이 많이 줄어든 나라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더 적었다고 설명했다.

◇“기업 이윤 극대화가 물가상승 원인”=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동반한다는 경계감이 높지만, 나 교수는 현재 조직노동과 독점자본의 상대적 교섭력 차이를 고려하면 반대로 이윤과 물가의 연쇄 상승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자재 가격상승 국면에서 독점자본은, 일부는 단가상승으로 일부는 하청기업에 원가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마진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최근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임금보다 이윤 마진이 더 커지고 있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보고됐다. 또, 호주연구소의 분석 결과에서도 유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호주에서는 최근 물가급등의 15% 정도가 노동비용 상승 때문이고, 60% 정도가 기업의 이윤 마진 때문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나 교수는 사실상 임금이 물가를 올린 요인이 아닌 반면, 이윤 마진 상승은 물가상승에 기여하는 것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지난해 이후 가팔라진 물가상승세는 임금상승과는 무관하며, 임금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사실상 정체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세·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면=지난 호황기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나 빅테크 기업, 은행 등 금융회사, 정유사 등은 독점기업으로서의 횡재이윤을 벌어들였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올해 2분기 4조3000억원, 3분기에는 13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한국 정유사들 또한 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횡재이윤을 누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가율 하락에 따른 총마진율이 상승했는데, 올해 2분기의 경우 총마진율이 코로나 전에 비해 2.31배 증가했다.

<자료=김신언 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나 교수는 감염병,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경제위기와 에너지 위기 기간에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독과점 기업의 이러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혹자는 횡재세가 자본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위기 기간에 심화되는 양극화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조세체계와 정치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회양극화가 가속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곤란하며, 이제는 뭔가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이나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횡재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루마니아, 헝가리 등 유럽 나라에서는 횡재세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횡재이윤은 지배기업이 의도적으로 시장지배력을 활용해 급증한 것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외부적 사건 때문에 급증한 이윤을 의미하기에, 횡재이윤은 독과점 시장이 아니라도 발생한다. 횡재세는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요인으로 인해 기업이 높은 이익을 올린 것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업이 자체 노력으로 벌었다고 보기 힘들거나 부당하게 여겨지는 이익에 대한 과세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만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 8월과 9월 횡재세라고 할 수 있는 법인세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나 교수는 한국에서는 횡재세로 초과이윤을 환수하려는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과점 대기업에 전대미문의 이익이 집중되는 명백한 양극화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 잡을 수 없다면, 우리 사회는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