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취약 산업구조 바꿔야 탄소중립과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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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유가 취약 산업구조 바꿔야 탄소중립과 일치” 중동전쟁 확전되면 국제유가·물류비 상승…“미 대선 후 관찰 필요”

기사입력2024-07-09 13:00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불확실성 속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확전되지 않겠지만, 향후 정국의 방향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게 될 영향 역시 적지 않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이 전쟁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확전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미 대선 이후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국지전이 빈발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미 대선 이후 추이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번 전쟁이 한국 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한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0.28% 미만 수준이다. 또 이스라엘에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수입금액이 작거나 대부분의 경우 대체 공급망이 존재하고, 현재는 수출입 이슈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함으로 인해 물류비가 상승”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의 핵심인 수에즈 운하, 에너지 물류의 중추인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환승지점과 가깝다. 게다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노선 우회에 따라 컨테이너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이미 테슬라·아디다스·스즈키 등이 운송 경로를 변경한 결과, 비용이 상승하고 배송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는 물류 비용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확전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공급과잉이기 때문에 운송비는 점차 하락할 것”이지만, 만일 확전될 경우에 대비해 대체 공급망 확보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단기적으로 9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이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2023년 기준으로 72.8%에 달한다.

보고서는 여러 국제기관들이 “단기적으로 유가가 90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브렌트유 기준 원유 1배럴당 가격은 2023년 전쟁 이전의 평균 유가에 비해 11.2% 상승했다. 상반기 유가에 대해서는 소시에테제네랄이 91달러, JP모건은 90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이란에 대한 제재와 확전 여부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지만, 석유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대선 이후 이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유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도록 허용하기보다는 이란을 제재하는 쪽이 용인 가능한 수준이란 것이다.

유가 상승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고, 이는 탄소중립 추세와도 일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향후 유가 상승 추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 여력과 지속 기간은 공급 차질의 심각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미국의 리포우 원유협회는 이란의 석유 생산이나 수출 시설에 대한 공격 시 배럴 당 100달러, 호르무즈 해협 폐쇄 시 120~130달러까지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150달러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수요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있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024년 소비 증가율이 크지 않아, OPEC+가 유가를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확전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세계경제 둔화 초래

단시일 내에 확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장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확전 시 사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별 전개 가능성을 점검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확전 시, 원유 공급 차질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세계경제 둔화가 초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IMF는 석유가격이 10% 상승하면 1년 후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생산량은 0.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 블룸버그는 확전 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은 1.2%포인트 오르고, GDP는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유조선, 건설 등 일부 산업에서는 수요 증가가 기대되나, 향후 추이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근거로는, 배럴당 유가가 70달러 이상인 경우 해양 플랜트와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산유국들의 자금이 넉넉해지면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 발주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과 중동 분쟁이 심화될 시 발주 자체가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낙관할 수 없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한국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에 민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안정자금 등을 적절히 활용해 대응해 나갈 것을 제언했다. “지정학적 요인 외에도 공급량 관련 변수가 많아 중장기적인 예측이 어려우나 고유가의 장기화 속에서 심한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유제품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업계에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를 요청하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용구조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산비 상승과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영세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자금 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유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하는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가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선의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탄소중립 추세와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