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 가시화”라니 기재부 인식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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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내수회복 가시화”라니 기재부 인식 황당하다 기업 경기전망은 13개월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는데

기사입력2024-10-26 00:00

“최 부총리는 오늘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가 설비투자·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었으나, 건설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조정받으며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발표하자,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1급 간부회의를 영상연결로 개최했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기재부 장관이 온라인 회의를 열어야 할만큼 3분기 GDP 성장률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문제는, “내수회복이 가시화”됐다는 기재부의 인식이다. 기업과 가계는 내수회복을 체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끼고 있는 판국이다. 정부의 경제인식이 크게 우려된다.

먼저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인식의 배경부터 살펴보면, 지난 3분기 들어 2분기보다 0.5% 성장했다. 2분기에는 민간소비가 0.2% 감소한 바 있으니, 한 분기만에 증가로 전환한 것에 초점을 둔 판단이 있지 않았나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3분기 증가율도 지난 1분기(0.7%)에는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2분기의 감소세에 뒤이은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희망적인 판단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기업과 가계는 내수회복을 체감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끼고 있는데, 정부는 “내수회복이 가시화”됐다고 인식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기업들의 판단은 정부와 딴판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1월 전망치가 91.8로 10월(96.2)보다 4.4p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3년 10월(6.3p↓) 이후 13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라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한달전보다 긍정적 경기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이며,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경기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애당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낙폭마저 더 커졌으니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알 수 있다.

11월 조사 부문별 BSI를 보면, 수출(98.4)은 10월(98.1)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수출이 부진했지만 4분기에는 회복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내수다. 기업들은 11월 내수(93.9)에 대해 10월(95.4)보다 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내수의 격차 역시 확대(2.7p→4.5p)되고 있다. 게다가 투자(90.7)는 전체 7개 조사부문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인식이 이러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니 제대로된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가 더 커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앞선 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는 “향후 경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간 발표한 내수·민생 대책 등의 집행을 가속화하는 한편, 3분기 국내총생산을 통해 나타난 각 부문별 동향과 함께 미 대선, 주요국 경기, 중동 정세 등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간 발표한 내수 민생대책의 집행은 물론이고, 미국 대선이나 중동 정세 등에 대한 점검과 대응 역시 새로운 대책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최근 환율이 1380원을 넘나드는 등 시장 주요 지표가 급변동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형국인데, 이에 대한 대책도 알 수가 없다.

내수경기부터 환율까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입장을 확고히 할 때인데, 정부의 대응이 무엇인지 움직임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그저 안일한 인식으로 관망만 하다가는, 기업과 가계가 받는 고통만 더욱 커져갈 뿐이다. 경제당국은 물론이고 정부 전반의 태세가 태평성대를 보는 것 같아 우려가 더욱 커져만 간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