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분해·수리조차 엄두를 못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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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전자기기 분해·수리조차 엄두를 못내는 시대 60년대 말, ‘조작’할 수 있는 마지막 시대였나…TV 해커 백남준㊤

기사입력2024-03-08 12:3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우리는 다양한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헤어드라이어, 전기밥솥, 전기청소기, 공기청정기, 스마트폰, 스마트TV 등등. 기술의 발전으로 전자기기가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는 작아졌고 성능은 좋아졌다. 이러한 다양한 전자기기로 우리의 일상은 편해졌다.

문제는 잘 작동하던 전자기기가 오작동했을 때다. 갑자기 스마트폰 통화가 되지 않거나, 노트북 화면이 움직이지 않거나, 전기청소기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때,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더 당황한다. 인터넷이나 품질보증서를 통해 몇 군데 되지 않는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하고, 그곳을 찾아가거나 전화 연락을 통해 그곳에 고장 난 제품을 보내야 한다.

다행인 점은 품질보증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고장 난 제품을 새 제품이나 새 제품처럼 수리된 다른 제품으로 바로 교환해준다는 점이다.

고장 난 제품이 어디가 문제인지 찾는 데도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수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아예 정상적인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현대의 전자기기는 고장이 나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유튜브에 고장 난 전자기기를 자가수리하는 영상이 많고, 자가수리 부품도 판매하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달은 가장 오래된 TV’의 한 장면.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전자기기를 분해하기조차 쉽지 않으며, 작은 실수가 더 큰 심각한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일반인에게는 자가수리가 대단히 큰 모험이다.

1970~80년대만 해도 일반인이 라디오나 TV를 분해해 수리하는 것이 그렇게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접속 불량이 고장 원인의 대부분이었고, 끊어진 선을 잇는 것은 일반인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자기기 분해는 일반인에게 모험이 아니었다. 동네에 ‘전파사’라 불리는 사설수리센터도 적지 않았고, 그곳에서 거의 모든 전자기기를 수리해 줬다. 전자기기가 지금처럼 고도화되기 이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