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전직’을 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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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전직’을 명할 수 있을까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 생활상 불이익, 근로자와 협의 따져봐야

기사입력2024-12-18 08:48

이종호 객원 기자 (cplahaha@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이종호 노무사

회사는 흔히 경영상 필요, 즉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로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로자의 직무의 종류 또는 내용을 변경하거나,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한다. 이때 전자는 전보로, 후자는 전근으로 불리곤 한다. 다만, 용어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전직, 배치전환 등 구분 없이 부르기도 한다. 관련해 노동법에서 ‘전직’이라고 칭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이하에서도 ‘전직’으로 통칭한다.

문제는 회사가 근로자에 대해 행하는 전직 인사명령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아가 회사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근로자를 괴롭히려는 의도 또는 조직에서 내보내려는 의도 하에 해당 인사명령을 악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전직명령의 정당성 판단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도 전직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요구한다.

인사명령에 해당하는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전직은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업무내용이나 근무장소가 특정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전직을 명할 수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전직이 정당하다.

그렇다면 업무내용이나 근무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전직의 정당성을 어떻게 판단할까? 전직의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그리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가 쟁점사항이다.

구체적으로, 업무상 필요성은 인원배치 변경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회복, 근로자들 간의 인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해당 인사명령이 어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즉 대상자 선택이 합리적인지도 고려돼야 한다.

생활상 불이익은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생활상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가 부여한 대상조치(통근차량 제공, 교통비 지급, 별도 수당 지급 등)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는 전직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초래되는 경제적 불이익(통근거리와 소요시간, 통근비용, 수당 감소 등)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불이익 나아가 조합활동상의 불이익 등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