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부족’ 아니라 ‘투기대상’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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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주택, ‘공급부족’ 아니라 ‘투기대상’이 모자랐다 공급확대 방안 당장 중단돼야...불로소득 근절없이 백약이 무효다

기사입력2018-09-11 15:1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하고,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당시 수준인 3%까지 인상하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11일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심성정 의원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택지공급 등 정부의 공급확대방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투기억제책을 심 의원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아울러 부동산 관련부처를 ‘장악’한 공급확대론자들에게 경고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급확대론 對 투기수요 억제론’ 간 공론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심상정 의원 개정안은 기존 정부안을 수정해 주택 및 토지의 과표구간을 일부 수정하고. 종합토지와 별도토지 최고세율을 강화했다. 개정안 내용중 보유세율 강화 세부내용은 생략하고, 여기선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 부분만 보자. 마침 심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같은 날, 참여연대는 ‘2013~2017년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 분석’이란 제목의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최근 5년간 거래된 전국 단독·다가구주택 55만5353건을 조사한 결과, 평균 실거래가는 2013년 2억6717만원에서 2017년 4억487만원으로 51.5% 상승했다. 반면 같은기간 공시가격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은 55.4%에서 48.7%로 오히려 6.7%p 하락했다. 단독·다가구주택 매매 또는 투기 금액은 커졌지만, 그에 따른 세부담률은 오히려 줄었다.

아파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2018) 조사에 따르면 2017년기준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5.6% 수준이다. 단독·다가구주택보다 실거래가 반영률은 높지만, 실거래가대비 35% 금액에 대해선 세금을 부담하지 않았다. 부동산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을 이처럼 묵인하면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유세율 인상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보유세 및 거래세를 산정하는 기준(공시가격)이 정상화(공시가격=실거래가)돼야 한다. 실거래가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많게는 50% 적게는 35% 낮은 공시가격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부동산시장이 투기장화되는건 당연한 귀결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기존 정부안에 따르면 과세표준액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내년 85%, 2020년 9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반면 심 의원 개정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페지해 공시가격과 과세표준을 일치(100%)시키고, 실거래가에 상응하는 거래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제1원칙에 충실한 방안이자, 불로소득과 부동산투기를 뿌리뽑을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심 의원 개정안과 유사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이 발의한 종부세 개정안도 국회 계류중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안을 제출한 박 의원은, 초선의원임에도 일반국민과 민주당 권리당원·대의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최고의원에 당선됐다. 해석하면, 국민과 민주당원 모두 부동산투기와 불로소득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공급대책을 강구중인 정부에 대해 11일 심상정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서울은 주택 보급률이 100%인데, 자기 집 가진 사람은 45%”라면서 “자가를 갖지 못한 55%를 위한 공급인지, 결국은 집 가진 사람이 또 투기용으로 집을 구매하는 45%용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05년 93.7%에서 2015년 96.0%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기간 자가보유율은 44.6%에서 41.1%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주택 공급대책을 줄기차게 추진해 주택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주택소유주가 줄어든 현실은 공급대책에 본질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 강남을 포함 서울과 수도권에 공급이 모자란게 아니라 투기대상 주택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해 투기수요를 줄이면, 공급확대없이도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굳이 다주택자의 주택보유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다주택자의 투기에 따른 주택소유 편중이 공급부족 상태를 상시화했다는게 정확한 분석이다.

심상정 의원도 말했다. “투기를 잡으려면 불로소득에 대한 확고한 환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보유세 문제”라면서 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했다. 불로소득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그를 위한 제도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 보유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투기와 관련한 세금을 정상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요구한다. 정부가 마련중인 그린벨트 해제 등 무리수까지 동반한 공급확대방안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